2024년 11월 27일(수)

'귀향'은 고통이 아닌 '치유'의 영화입니다

via JO Entertainment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위안부 피해 여성의 실화를 그린 영화 '귀향'과 관련해 '팝콘 논란'이 일고 있다.

'귀향'을 보면서 팝콘을 먹는 행위는 한국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숭고한 마음가짐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런 웃지 못할 논란도, 티켓 나눔 릴레이도 그만큼 이 영화가 인기있다는 반증같아서 오히려 반가웠다.

그만큼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관심을 가져온 영화지만 막상 보러가려 할 때마다 한 가지 걱정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지닌 진실의 힘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보고 나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점이었다.

과거 영화 '도가니'도 영상으로 접하면 고통스러울까봐 지레 포기하고 기사나 리뷰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걱정 때문에 미뤄오다 용기내 봤는데, 예상대로 분노와 슬픔은 일었지만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치유되는 느낌이 강했다.

행간에는 "연출력이 부족하다", "줄거리가 엉성해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영화를 작품성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짧은 생각이다.

웰메이드 영화나 상업 영화에 비해 엉성한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작품들이 다루지 않았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은 높게 살만하기 때문이다.
 
via 영화 '귀향' 스틸컷

 

영화는 20만명의 꽃다운 소녀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거나 평생 상처를 간직한 채 살고 있다는 비극적인 진실을 잔혹하고 선정적이게만 다루지 않았다.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고 영혼이라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해주려는 감독과 배우 등 제작진들의 순수한 마음이 뭉쳐 그대로 표현됐다.

'귀향'의 '귀'는 '귀신 귀'(鬼), 부제는 'Spirits' Homecoming'으로 귀신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다 말미에는 씻김굿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돌아오지 못한 피해 여성들까지도 다룬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장면에서 가슴을 후벼 파는듯한 고통을 느꼈던 관객들이 잠시나마 감정을 추스를 수 있게 돕고 있다.

과거 일본의 만행을 충실히 고발하면서도 관객들이 영화를 견딜 수 있게끔 적정선을 유지하는 역할의 의도된 장치인 것이다. 

 

via 영화 '귀향' 스틸컷

 

소녀들이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장면, 죽은 소녀가 영혼이 되어 돌아오는 장면 등에서는 모든 상처받은 이들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때문에 눈물을 쏟게 하거나 눈을 질끈 감아야 할만큼 보기 힘든 장면이 상당했을지언정 오히려 마음을 보듬어주는 영화라고 느끼게 된다.

벌써 누적관객이 260만명을 넘어서고 일본인들도 봤다고 하지만 아직도 관람을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심적 부담일랑 잠시 내려놓는 게 어떨까.

먼저 본 사람으로서 '견뎌야 하는 영화'일 것이라는 걱정도, 작품성에 대한 비판도 이해하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질까봐 지레 외면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이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 중이며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아프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
 
영화는 일본이 저지른 만행의 '100만 분의 1'도 담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피해자들의 증언을 많이 순화했다. 

이를 간접 체험하는 관객들에게 영화 '귀향'이 주는 메시지는 이 정도의 고통을 감내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일본은 여전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진실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반성이라고는 모르는 그들이 영화 '귀향'의 흥행 소식을 듣고 조금이라도 진실을 직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