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인사이트] 서윤주 기자 = "이게 뭐야! 완전 X 싸다 만 느낌이야!"
많은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곡성'을 본 일부 관객들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보며 외친 말이다.
영화 평론가들과 일부 관객들은 칭찬일색인 이 영화를 보고 왜 이런 말을 내뱉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영화의 스토리와 나홍진 감독의 의도를 따라가보면 알 수 있다.
영화 '곡성'
지난 11일 개봉한 '곡성'은 마을 경찰관 종구(곽도원)이 전남 곡성군 안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에 자신의 딸 효진(김환희)가 표적이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시작된 살인과 화재, 자살 등의 연쇄 사건 속에서 경찰관인 종구는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는커녕 온갖 소문에 휘둘리며 남 일 보듯이 행동한다.
그러다 갑자기 딸인 효진이가 피해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을 보이자 종구는 다급해진 나머지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을 하게 된다.
종구의 믿음과는 다르게 굿이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발 벗고 나선다.
영화 '곡성'
이렇게만 보면 곡성은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이야기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영화다.
하지만 직접 영화를 보다보면 도대체 누가 선(善)이고 악(惡)인지 알 수 없으며, 꿈과 현실의 경계선 자체도 애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토리가 모호하다 보니 관객들은 궁금증만 무성하게 피어오른 채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데 심지어 결론마저 불명확하게 끝나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나홍진 감독이 포스터에 담은 짧은 글귀인 "절대 현혹되지 마라"와 영화 처음에 나오는 성경구절 누가복음 24장 37~39절을 보면 애초에 이 영화는 시작 전부터 결말을 전부 알려준 영화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홍진 감독이 던진 '미끼'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결국 카오스 상태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심지어 나홍진 감독은 이런 사실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는지 영화 속에 "그 놈은 그냥 미끼를 던진 것이여, 자네 딸내미는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고"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넣어 "이것도 전부 노린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영화 '곡성'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론가들과 일부 관객들은 촘촘하게 짜놓은 감독의 치밀한 '미끼'를 극찬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지만 다른 관객들은 "영화를 봤는데 왠지 X 싸다만 느낌"이라고 외치며 고개를 내저은 것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를 볼 때 이야기가 절정으로 갈수록 범인이 드러나고 악인이 처절하게 응징을 당하는 '속시원'하고 '딱 떨어지는' 결말에 익숙하다.
어쩌면 그런 통쾌한 결말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즐긴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곡성은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결말을 기대했다가는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영화가 별로라고 말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우리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재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 '곡성'
곡성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감독이 던진 미끼를 물고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뒤늦게 "아 내가 낚였구나..."라고 깨달으면 된다.
'계속 새로운 맛을 느껴봐야지 미각이 발달한다'는 말처럼 영화 '곡성'은 관객들이 기존에 몰랐던 '영화의 맛'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알면서도 미끼에 저절로 걸려들게 되는 영화 '곡성'은 지난 23일 누적관객수 460만명을 넘기며 500만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기존의 영화와 다른 극적 재미에 대중들이 호응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서윤주 기자 yu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