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선거 끝나자 과자부터 생리대 가격까지 오르는 진짜 이유


연합뉴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최근 과자와 아이스크림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생리대, 맥주 등 서민 생활에 밀접한 공산품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속속 들리고 있다.

 

여성용품 시장 1위인 유한킴벌리가 6월 1일부터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이어 주류업계 1위인 오비맥주도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기나 인상 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라면 시장 1위인 농심이 4년 6개월여 동안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올해 안에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 이처럼 예측하는 이유는 더이상 기업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4·13 지방선거가 '여소야대'로 마무리되며 그동안 정치권의 입김에 영향을 받았던 기업들이 더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좌) 회의록 읽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중) 회의에 참석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우) 한숨쉬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 지지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서민 물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그러나 선거 결과 여당의 의석수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것도 모자라 원내 두 번째 당으로 전락하며 업계에서는 눈치를 볼 이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3월까지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45%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여당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친박'의원들의 연이은 실수로 총선 이후 지지율 마지노선인 30%가 한때나마 무너지기도 했다.

 

역대 정부에 비해 박근혜 정부에 일찍 찾아온 레임덕 또한 서민 물가 인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기업들은 수조 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도 영업이익을 더 올리기 위해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는 셈이다. 한마디로 작정하고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실제로 제과·빙과 업계는 4월을 전후로 제품 가격을 소비자가격 기준 100원씩 인상하며 제품 가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여기에 맥주와 라면, 생리대까지 줄줄이 제품의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설탕,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에서 업계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서민들에게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이런 움직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힘 있는' 주체가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기업들은 내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번 인상 시기를 놓치면 한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우려해 온갖 핑계를 대며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서민 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의 가격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tvN '미생'

 

이미 서민들이 즐겨 먹는 치킨은 모르는 사이에 2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정부는 환경오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디젤 가격의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 등 전력을 많이 차지하는 전자 제품들의 사용량이 많아지며 전기요금도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불경기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옹색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서민들에게 필요한 물가 안정 정책에 힘써야 할 것이다. 예전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들을 손에 쥐고 흔든다고 해서 이에 휘둘릴 기업들이 아니다.

 

서민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애용했던 소주와 담배 가격은 이미 올랐고, 내 월급 빼고 모든 가격이 오르는 현실에 서민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충분히 괴롭다.

 

반드시 가격을 올려야만 하는 이유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겐 가격인상을 절대로 승인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