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담뱃값 올려 '재미' 본 정부, 경유값 인상해 국민 호주머니 턴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최근 정부가 '디젤 차량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경유차 SUV(sport utility vehicle)를 타고 출퇴근 하는 회사원 A씨는 근심이 늘었다. 

 

연일 보도되는 '미세먼지 심각'이라는 기상청의 기상 예보에 자신이 한몫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경유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지금 타는 차를 팔고 휘발유차로 바꿔야 하나' 하는 고민이 늘고 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미세먼지의 원흉'을 자동차, 특히 경유차량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보름만에 4개 부처 차관회의에서 '경유값 인상'을 제시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려 미세먼지가 적은 휘발유 차량의 구매를 유도하고, 경유차량의 불필요한 운행을 줄임으로써 환경 오염을 늦추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척하며 갖가지 제품의 가격을 올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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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정부는 '국민 건강'을 이유로 직·간접 흡연으로 심혈관계, 호흡기 질병을 불러올 수 있는 담배의 가격을 80%인상했다. 

 

그러나 30일 경기도가 발표한 2015 지역사회건강조사결과 흡연인구는 겨우 3.2%포인트 줄어드는데(2014년 43.6%, 2015년 40.4%) 그쳤다. 

 

담배 가격이 한 번에 80% 오른 것에 반해 흡연율은 전년에 비해 10%도 줄지 않으면서 정부가 예상했던 담배 가격 인상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2008년 이후 국민 스스로가 건강을 챙기는 추세에 흡연율은 꾸준히 2%포인트 가량 줄어들고 있어 담배 가격의 상승이 흡연율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당초 담배 가격 인상의 이유로 들었던 '담배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논리는 보기 좋게 빗나갔고, 국민들의 지갑만 얇아지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정부가 또 한번 서민 물가를 올릴 것이 뻔한 경유 가격 인상이라는 '실질적 세금 인상' 카드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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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 원인이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을 리 만무하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국내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경유 가격을 올리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량은 대형 화물트럭과 버스, 구형 SUV 등이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차량들의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지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지 않은 신형 경유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유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만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또 소형 트럭과 승합차 등 생계형 배달을 주업으로 삼는 서민들의 경우 경유 가격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그들에 대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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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가격 인상은 물류·유통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져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다른 부분에서 더욱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앞서 담뱃값 인상의 사례에서 봤듯이 경유 가격 인상이 정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 경유 가격 인상은 담뱃값과 다르게 더욱 실질적인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생활이 점점 퍽퍽해지는 것과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실질적이고 더욱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국민 호주머니만 털어갈 생각을 하는 정부를 국민들은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

 

무능한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미세먼지 대책만 봐도 정부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 일부가 우려하는 대로 실내 미세먼지의 주범이 '고등어'라며 고등어 가격에도 '세금 폭탄'을 던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