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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지난해 오른 담뱃값으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었을까?
비싼 담뱃값으로 금연에 성공하고 건강을 되찾은 흡연자일까, 거액의 영업이익을 올린 담배 제조회사일까, 담배에 붙은 각종 세금으로 추가 세금을 걷어들인 정부일까?
정답을 찾기 위해 살펴본 각종 경제 지표에 따르면 흡연자는 울고 담배 제조회사와 정부는 크게 웃었다.
담배가격 인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쪽은 국내 독점 담배제조·판매 회사인 KT&G다.
KT&G가 최근 보고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액은 지난 2014년 4조 1,128억 원에서 2015년 4조 1,698억 원으로 1.4%정도 올랐지만, 당기 순이익은 8,138억 원에서 1조 322억원으로 1년사이 26%가 껑충 뛰었다.
이외의 외국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와 JIT, BAT 등도 적게는 30억 원에서 많게는 500억 원 가까운 영업 이익을 올렸다. BAT의 경우 2014년 영업 이익이 마이너스대(-97억 원)였던 것이 작년 한 해 동안 27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가격 인상으로 경제적 이익을 본 또 다른 주체인 정부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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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동안 정부가 담배 가격 인상으로 더 거둬들인 세금은 4조원에 육박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에 따르면 담배 판매량은 2014년보다 23.7% 감소했지만 담배 판매로 걷어들인 세금은 3조 6천억 원(52%) 증가한 10조 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도 그럴 것이 담뱃값이 2,500원이던 당시 부과되던 세금은 1,550원이었지만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서 여기에 포함된 세금은 3,318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정부는 담배를 적게 팔고도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는 3조 6천억 세금 더 걷고, 기업들도 약 4천억원 추가 수익을 얻은 셈이다. 합하면 4조원인데 결국 이 돈은 모두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담뱃값 인상이 세수 확보가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추가로 걷어진 세금을 금연정책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과연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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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금연지원 예산을 위해 내놓은 금액은 1,475억원에 불과했고, 국민의 눈에 띄는 흡연·금연 정책이라곤 군데군데 설치된 흡연부스 뿐이었다.
정부가 담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흡연율도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경우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5월 말 지역사회건강조사가 발표한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4년 45.3%에서 2015년 41.5%로 3.8%포인트 감소했다.
한해 동안 흡연율이 3.8%포인트 하락한 것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009년 이후 2014년까지 흡연율은 해마다 1~2%포인트씩 감소추세에 있었다.
담배 가격을 한꺼번에 80%나 인상한 반면 흡연율은 10%도 감소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금연 정책에 대한 효과가 그만큼 미미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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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 효과는 실패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지난달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에서 국민이 소비재 전 부문에서 소비를 줄였지만 오직 주류와 담배는 제품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22.2%나 증가했다.
국민들에게 더이상 쓸 돈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 술과 담배의 지출만 괄목할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화가 나는 것은 단순히 담배 회사와 정부가 더 많은 돈을 벌어갔다는데 있지 않다.
언제나 정부의 문제 해결에 대한 대책은 '가격 인상'뿐이기 때문이다.
진정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 가격을 인상했다면 그에 걸맞는 흡연자에 대한 정책과 비흡연자에 대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증세는 없다'고 언제나 외쳐온 정부가 계속해서 꺼내드는 '가격 인상'카드는 국민에게 실질적인 세금 인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