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삼성의 '희망퇴직'이 신입사원 채용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최근 삼성그룹은 인력을 감축하며 '몸집 슬림화'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I 등은 올해 1·4분기에만 약 3천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특히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해 1,900명을 감원하고 3년간 정규직 5천여 명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 그룹의 계속되는 인력 감축이 신규 채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브렉시트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국내 경제 상황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 워렌 버핏은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경기가 나쁠 때 더 큰 기회를 준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삼성이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사업을 위한 인재를 영입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사이트퇴근하는 삼성중공업 노동자들 / 연합뉴스


실제로 삼성그룹은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위기의 순간에 공격적인 투자로 기회를 만들었다.


'3세 경영'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뜻이다.


할아버지인 이병철 창업주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뒤 1983년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기술력이 선진국에 한참 뒤져있던 터라 모든 전문가들이 비웃었지만, 삼성은 반도체 사업에 사활을 걸었고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전자제품 제조회사로 일궈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변되는 '신경영'을 선포하고 삼성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 것을 천명했다.


그 결과 '핸드폰-애니콜', '스마트폰-갤럭시'라는 브랜드를 세계적인 1류 제품으로 성장시켰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기 때문에 오늘의 삼성그룹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금 이재용의 삼성도 이와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다.


인사이트(좌) 故이병철 창업주와 젊은 시절 이병철 회장, (우) 이재용 부회장 / 연합뉴스


제조업으로 세계적 호황을 누렸던 세계적인 기업들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거대 기업들은 앞으로 단순한 제조회사가 아니라 ICT(정보통신), 바이오, 로봇, 인공지능 등을 접목시킨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갤럭시와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미래 먹거리로 '헬스케어'를 선정하고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기업 테슬라도 무인자동차와 전기차로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화성 탐사를 위한 자체 위성 발사까지 준비 중이다.


삼성은 그동안 경제불황에 대비해 14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다.(2016년 5월 공시 기준)


삼성은 이미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라는 신수종 사업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인력을 줄이면서 생기는 여유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걸맞는 인력 충원과 대대적인 투자로 전환을 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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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과거 경제가 좋았던 시절의 향수에 젖어있다가 지금의 조선·건설업에 위기가 닥친 것을 간과한 실수를 저질렀다. 


호황일 때 불황에 대비해 사업을 개편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다.


과거 40여년 동안 삼성그룹은 국가와 국민 모두로부터 적폭적인 지원과 사랑을 받아 성장해왔다. 삼성은 한 개인이 총수로 있는 회사가 아닌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민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한 상황이다. 그런 책임감을 인지한다면, 삼성은 지금 '새로운 삼성'으로 가기 위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이제 인력 채용과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사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그렇지만 현재 삼성이 보이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은 너무 구태의연하다.


호칭 파괴와 반바지 허용 등은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한 '혁신안'일 뿐이다. 이제 이재용과 '신삼성'의 통찰력 넘치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