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됐다.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시작되면서 재계와 검찰 안팎에서 떠돌던 '신영자 희생양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 측에서는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신영자 희생양 시나리오'는 재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그 '서막'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신영자 이사장에 대해 70억원대 횡령 및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롯데그룹의 큰딸로 평생 호의호식하던 신 이사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검찰 수사관들의 손에 이끌려 구치소로 향했다. 재계 서열 5위 그룹의 오너 일가의 구속인 탓에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언론은 롯데그룹 내부에 비상이 걸렸다고 잇달아 보도했지만 재계에서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사의 '칼날'이 재벌가 오너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을 갖춘 롯데그룹이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의심스럽다.
신동빈 회장과 그룹 최고 가신그룹은 이미 이런 상황을 정확히 예측해 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이 대기업을 수사할 경우 최소한 오너 일가 중 한 명은 구속한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인 노병용 대표가 구속되고 가신그룹 '3인방'이 소환을 앞두고 있는 등 그룹 내부의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롯데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지키고 대신 신영자 이사장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내부 '교통정리'를 끝마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로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지키는 대신 신영자 이사장을 검찰에 내줘 그룹의 모든 비리를 큰딸이 혼자 떠안게 '판'을 짜놨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그 근거로 신동빈 회장의 측근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에겐 국내 최고 로펌들을 선임했는데, 신영자 이사장의 법률팀은 그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계와 검찰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일한 한국인 본처 딸이고 지금의 롯데쇼핑을 만든 신영자 이사장이 그룹에서 '찬밥'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비리에 대해 '독박'을 쓰고 감옥살이까지 할 위기에 놓였다고 풀이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검찰의 수사가 무척 단호해 보이지만 사실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구속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이 롯데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및 계열사 부당거래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검찰이 말하는 '정의'가 실현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검찰은 신영자 이사장을 상대로 이미 드러난 개인 비리 외에도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 관련 사안들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이미 롯데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는 이름만 '오너'일 뿐이라고 재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엉뚱한 사람을 상대로 비리를 조사해봤자 나올 게 없다는 뜻이다.
신영자 이사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밀려 이제는 그룹 내부에 대한 지배력과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시작만 요란할 뿐 신영자 이사장을 구속시키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가신그룹 '3인방'으로 알려진 이인원(69) 부회장과 황각규(61)·소진세(66) 사장이 오너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지키기 위해 '희생양'을 자처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리의 '몸통'인 재벌 오너 회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깃털'에 불과한 이복 누나와 월급쟁이 사장들이 대신 감옥에 갈 공산이 크다고 재계와 검찰 안팎에선 예상했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국내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말로 신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는 그런 '사법 정의'가 대한민국에서 실현될까?
이복 누나 신영자 이사장과 가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여론을 잠재우면서 은근슬쩍 '사재 출연' 등의 식상한 카드(?)를 내놓고 대국민 사과를 통해 롯데사태를 매듭지을까 우려된다.
검찰은 권력과 자본의 '시녀'라는 국민들의 조롱을 받지 않으려면 이번 롯데그룹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한점 의혹 없이 끝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