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넷마블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은 자의가 아닌 반강제적으로 '현질(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을 해야 합니다!"
국내 2위 게임업체 '넷마블(netmarble)'의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이 요즘 자주 하는 푸념이다.
오죽했으면 게이머들은 이런 넷마블을 일컬어 '돈마블'이라고 조롱한다. 지나칠 정도로 '현질'을 유도하고 게이머의 편의가 아닌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시장은 소위 'N사 삼형제'로 일컬어지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지배하고 있다.
게임 제작 및 유통을 하는 온라인 게임 포털 사이트인 이들은 "유저들의 코 묻은 돈으로 빌딩을 세웠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로 게이머들의 현질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넷마블과 넥슨이 각각 '돈마블', '돈슨'이라고 불리며 가장 심하다는 평가다.
이중 넷마블은 '돈슨' 넥슨의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 이들과 다를 것 없는 현질 유도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는 넷마블은 연매출(2015년)이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게임계 중심축이 모바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웃음꽃이 활짝 폈는데, 반대로 넷마블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앞서 말한 '현질 유도'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항상 죽을 쒔던 넷마블을 지금의 위상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 모바일 게임인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몬스터 길들이기'가 있다.
출시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바일 게임 차트에서 순위가 높은 이 세 게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신규 게이머들의 초반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는 것인데, 이 배경에는 '현질'이 있었다.
게이머 간의 대결이 주를 이뤄 무한 경쟁이 필요한 해당 게임들은 소지하고 있는 캐릭터와 아이템의 능력이 좋아야지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고 또 스토리 모드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신규 게이머들이 무작정 현질을 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결국 게임 내 '고수'들에게 매번 패배하는 등 도태되어가던 신규 게이머들은 게임을 포기하거나 더 좋은 캐릭터와 아이템을 얻기 위해 '현질'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넷마블은 못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넷마블의 게임 내 캐릭터 및 아이템 구매 시스템을 살펴보면 게이머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주는 경우는 없었다.
모두 다 '뽑기 시스템'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이 뽑기 시스템은 넥슨의 게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문제는 이 뽑기가 게이머들은 선택권이 전혀 없고 모든 것을 '확률'에 맡기는 '도박성'이 짙은 시스템이란 것이다.
어린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에 '도박성'을 접목시켜 강한 게임중독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넷마블이라는 기업의 철학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캐릭터와 아이템이 뽑기 카드 100장 중 1장만 나온다던지 어쨌든 확률이 높아야 승산이 있는 이 시스템은 돈만 날리는 게이머들을 양산했다.
결국 "넷마블은 돈만 밝히는 기업"이라는 말과 함께 '돈마블'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게이머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넷마블은 '돈마블'이라 불리는 등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위에 설명된 세 게임 외에도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들을 보면 넷마블은 확실히 돈에 미쳤고 또 자신들의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돈이 많아 현질을 자주 애용하는 '금수저 게이머'들만 살아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한 넷마블은 그동안 끌어 모은 돈을 바탕으로 엄청난 마케팅을 진행하며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게임을 잘하기 위해선 '실력'이 아닌 '현금'이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게임 시장을 병들게 만드는 넷마블.
이들은 왜 현재 사람들이 국내엔 정식 출시도 되지 않은 증강 현실(AR) 게임 '포켓몬 GO'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포켓몬 GO'는 어린 시절 만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세계를 실현시켜줬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이 즐기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를 열풍으로 몰아넣은 '포켓몬 GO'에는 넷마블의 악랄한 '현질'이 없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그런 '도박성'을 도입하지 않아도 게임 자체의 콘텐츠와 스토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저 스마트폰과 체력만 있으면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포켓몬 GO'의 시스템은 현질을 유도하던 한국 모바일 게임에 질린 게이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아직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음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넷마블은 지금처럼 이름과 캐릭터만 바뀐 그저 그런 게임만 출시하고 게이머들의 현질을 유도하는 전략을 계속 유지한다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자리를 잃었던 것처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막대한 현금을 벌고 있는 넷마블이 지금은 웃고 있지만 불만을 갖고 있는 게이머들의 수가 하루하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넷마블은 '포켓몬 GO' 등 다른 해외 모바일 게임들의 성공 사례를 교훈 삼아 진정으로 게이머들을 위한 '시스템'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구로디지털 단지에 보이는 넷마블 건물의 불은 하나둘씩 꺼져 더 이상 켜지지 않을 것이다.
국내 게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넷마블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