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31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30일 한국형 좀비 영화 '부산행'은 누적 관객수 787만 2342명을 기록하며 올여름 가장 핫한 영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부산행'은 개봉 첫날 86만명이라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68만을 기록한 '명량'은 물론 역대 최다 오프닝 기록을 세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기록(72만명)까지 넘어서며 대한민국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에서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블록버스터급 재난 영화다.
영화계에서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행'은 단순한 '좀비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의 이기주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대인의 이야기다.
원인 모를 좀비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감염되는 과정에서 좀비들로부터 살아남겠다며 서로를 희생양으로 몰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기심의 끝을 소름 끼칠 정도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로지 본인의 목숨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달려드는 '용석'이라는 인물이 있다.
배우 김의성이 연기한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은 이기주의의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로 '욕 한바가지'를 퍼붓고 싶을 만큼 생존본능에만 충실한 악역이다.
용석은 자신이 탑승한 부산행 열차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행동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달리는 열차에서 좀비들이 타고 있는 열차칸을 떼어낼 수 없냐고 기관사에게 묻는가 하면 살아남은 승객들을 선동해 주인공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열차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
또한 좀비들로 득실거리는 열차칸에서 탈출하기 위해 승무원을 미끼 삼아 궁지로 몰아넣는 용석의 이기적인 모습은 분노를 넘어 경악하게 한다.
용석을 연기한 배우 김의성은 "그동안 했던 악역들을 다 모아놓은 것보다 훨씬 더 비호감인 것 같다"며 "변명을 하자면 우리 사회에 정말 있을 법한 이기적이고 사회 돌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아저씨가 이런 급한 상황을 만나면 얼마든지 이렇게 절대 악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행'을 본 관객들은 독단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용석에게 분노하며 손가락질을 한다.
하지만 스스로 한 점 부끄럼없이 용석을 '나쁜 놈'이라고 떳떳하게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사회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용석과 같은 인물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존재인 까닭이다.
용석을 욕하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존재하는 악당이 바로 우리 자신들의 '민낯'이기 때문이다.
소름 돋을 만큼 완벽하게 용석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배우 김의성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