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현대자동차가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아 운전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2시 25분경 부산 남구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일가족 5명이 탄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길가에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번 사고로 할아버지를 제외한 할머니, 자녀, 손자, 손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희생자 중에는 3살짜리 꼬마와 생후 3개월 아기까지 있었다.
싼타페 운전자 한모(64) 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어서 신호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차량 결함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내부에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 따르면 한씨의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차가 와이라노. 아이고"라고 하는 음성이 뚜렷하게 들린다.
때문에 일부 차량 전문가들은 브레이크 패달에 문제가 생겼거나 액셀 패달 등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언론과 자동차 전문가들이 차량 결함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데도 현대차 측에서는 이와 관련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사고와 같은 차종인 '현대차 싼타페'는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로 경찰이 조사에 나선 바 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차량에서 수 많은 결함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량이 반파되는 사고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가 하면 '급발진'으로 보이는 사고가 이미 수 차례 발생했을 정도다.
하지만 매번 현대자동차는 "차량에는 결함이 없다"며 "경찰과 국과수 조사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대차에 분노하는 소비자들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까지 믿을 수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들 앞에 진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사고 발생 이후에 이렇다할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제조사가 스스로 자사 제품의 결함을 시인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를 맡은 경찰과 국과수가 사고 차량에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너무나 깊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차량 조작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뻔뻔한 태도로 소비자들을 끝까지 우롱하는 것이다.
부산에서 벌어진 현대차 싼타페 사망사고에서 드러났듯 차량 결함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차는 누적된 사고로 잃어버린 신뢰를 먼저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대차 경영진은 국민과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