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빠른 속도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간관계 마저 덩달아 빠르게 가벼워지고 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조차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이별을 통보하는 일은 이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나마 전화를 걸어 이별하는 것은 '매너가 좋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날 가벼운 인간관계의 '레전드'를 보여준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유명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남자친구와 모텔에서 헤어진 여대생의 하소연이 올라와 주목받았다.
여대생 A씨는 남자친구와 '모텔'에서 이별을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별하던 날 그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남자친구를 만나 모텔에 간 뒤 성관계를 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대생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남자친구는 성관계를 갖기 전에도, 갖는 중에도 이별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은 성관계를 가진 뒤 나타났다.
남자친구는 갑자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더니 옷을 주섬주섬 입으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친구를 향해 "우리 헤어지자"라는 믿지 못할 말을 던졌다.
너무나 당황스럽게 이별 통보를 받고 비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A씨는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하지만 요즘 시대에 이런 이별은 당연한건가"라며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쿨하지 못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사랑의 육체적 행위를 나누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헤어지는 것을 요즘 사람들은 쿨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나만 이해를 못하는 것이냐"며 자책했다.
사연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논란이 일어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과 함께 남자친구의 행동을 질타하는 욕설이 쇄도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번 사연을 접하고 대부분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연애가 가볍다 못해 이제는 거의 '막장' 수준으로 전락한 게 아닌지 서글프다는 의견이 나왔고 혹자는 남자친구의 인성이 '쓰레기' 수준이라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
문제는 요즘 사람들이 상대방을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만 여긴다는 사실이다.
'데이트 상대가 필요해서', '성관계가 하고 싶어서', '외로움을 못 이겨서'··· 이렇듯 연애의 목적이 지극히 일차적인 필요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심해진 셈이다.
하지만 연애는 서로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돼야 한다. 아무리 개방적인 사회라 할지라도 인간에 대한 존중은 시대를 아우르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사연 속 남성은 여자친구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끝까지 비겁하게 행동했다. 그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을 이용한 것이다.
이별을 하는 날까지 여자친구와 성관계가 갖고 싶어서 상대에게 이별을 숨기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달성한 뒤 도망가는 '참을 수 없는 비겁함'.
시대를 떠나 남녀가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 사랑하는 행위는 항상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쿨하지 못하다고 자책하는 여대생 A씨에게 '인생 선배'로서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정말 잘 헤어졌어. 똥 밟았으니, 깨끗이 지워내고 더 좋은 남자 만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