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그야말로 '백종원 공화국'이다.
요식업계 '잘 나가는 사장님'이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몇 해 전부터 방송에 나와 "그럴싸 하쥬?"라는 소탈한 말투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인기를 발판 삼아 백 대표가 운영하는 외식 프렌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 역시 급속히 사세를 확장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는 백종원의 웃음 뒤에는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영세상인'들이다.
백종원의 인기에 힘입어 더본코리아의 점포들은 동종 업체가 '이미 들어서 있는' 작은 골목이나 건물, 심지어 재래시장 안까지 파고들었다.
이 때문에 더본코리아 매장 근처에서 장사하는 영세 상인들은 그나마 있던 손님마저 '외식업계 공룡'인 백종원의 점포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빽다방 등으로 잘 알려진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2016년 5월 기준 19개 브랜드, 전국 1200여 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인 점포 확장으로 덩치를 키운 더본코리아는 재료를 대량구매해 원가를 크게 낮춘 '저가 전략'과 얼굴마담 백종원 대표의 '스타 마케팅'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
새마을식당의 김치찌개, 홍콩반점의 짬뽕, 빽다방의 저렴한 커피와 같은 더본코리아의 음식들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민적인 메뉴다.
백종원 대표가 영리하게 사업을 '잘하는 것'이 문제될 수는 없다. 다만 논란이 되는 대목은 영세상인들의 메뉴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사실이다.
더본코리아는 수많은 브랜드와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실제로 2013-2015년 더본코리아의 연평균 매출은 껑충 뛰어올라 980억원에 달했다.
더본코리아가 이렇게까지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대기업으로 분류됐던 더본코리아는 201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대기업 분류 기준이 변경되면서 '중소기업'으로 재편됐다.
비로소 '신규 출점 제한', '신규 브랜드 론칭 금지'와 같은 대기업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특히 이 시기는 백종원이 한창 방송에 얼굴을 비추며 엄청난 인기를 끌던 때이기도 하다.
이런 틈을 이용해 더본코리아는 2014년 500개에 불과했던 매장 수를 지난 한 해 동안 2배 이상 크게 늘렸다. 좁은 골목이나 재래 시장 등 영세 상인들의 영역까지 무리하게 침범하면서 말이다.
대기업들도 영세 상인들과 '동반성장'을 위해 신규 점포 설립을 제한받고 있는데 정작 '서민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서민들과의 '상생'을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이다.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바로 옆에 들어선 새마을식당이 고기를 너무 싸게 팔아 가격 경쟁이 안 된다"며 "근처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백종원씨가 '다 해 먹는다'고 푸념할 정도"라고 울상을 지었다.
물론 저렴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제공하겠다는 백종원의 철학은 좋다. 싸고 맛있는 식사에 대한 니즈가 있는 고객에게도 더본코리아의 식당들은 분명 '안성맞춤'이다.
다만 백 대표의 방송 출연만으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리는 더본코리아가 동종 업체가 이미 들어가 있는 골목과 시장에까지 무분별하게 점포를 확대하는 행태에 대해선 돌아봐야 한다.
사업에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골목 상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백종원 대표는 직접 "직영점이 아니라 점주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이므로 영세 상인에 직접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점주 개인을 돕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본코리아' 서정욱 관리지원본부장 역시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전부터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특별히 내놓을 만한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영세상권 침해에 대한 잇단 비판에 회사 측은 무척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더본코리아의 매장들이 사실상 대기업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와 '싼 가격'을 무기로 운영돼 개인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백종원 대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더본코리아는 고객들의 니즈가 분명한 지역 위주로만 점포를 입점시키면서 영세 자영업자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면 골목 상권을 죽이는 '문어발식 점포 늘리기'가 아니라, 한식을 무기로 미국, 중국 시장으로 좀더 공격적으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영세 상인의 '밥그릇'을 탐하기 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들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 더본코리아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문득 백종원 대표가 요리 프로그램에 나와 음식에 간을 맞출 때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스친다. 그에게 자신이 한 말을 들려주고 싶다.
"뭐든 적당한 게 좋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