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직장까지 그만두고 병든 아버지를 보살피던 아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결국 아버지를 살해했다.
지난 2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김양섭 부장판사)는 뇌경색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고모(36)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병든 아버지를 헝겊으로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앞서 같은해 5월 고씨는 아버지가 뇌경색 후유증으로 오른쪽 반신을 못쓰게 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병시중을 시작했다.
과거 아버지는 고씨가 준 용돈을 노름에 탕진하는가 하면 어렸을 때도 부모님의 이혼으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지만 아픈 아버지를 홀로 둘 순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께 생활비가 모두 떨어지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한 고씨는 아버지에게 "함께 굶어죽자"고 말한 뒤 물 외에는 어떤 음식도 주지 않았다. 고씨 역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자신의 신변을 비관한 아버지는 "죽고싶다. 죽여달라"며 하소연했고 결국 고씨는 같은 달 29일 오후 6시께 아버지를 살해했다.
재판부는 "고씨가 남은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줘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돌봄도 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지냈음에도 다니던 직장까지 관두고 간병한 점, 자수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