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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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인이 절대로 영화 '특별시민'을 보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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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유권자 여러분. 제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영화 '특별시민'에 등장하는 변종구(최민식 분)는 헌정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며 목놓아 외쳤다.


관객들은 그런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오히려 피로감을 느낀다.


한국 정치판이라는 또 하나의 무대 위를 누비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이는 변종구.


권력을 손아귀에 넣기 위한 그의 처절하고도 위선적인 모습은 지독히도 현실을 닮아 있었다.


영화 '특별시민'은 갖가지 영상 문법과 영화적 장치를 통해 현실 정치 세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소름 끼치도록 필연적이다.


1.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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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반, 서울 도심 한복판에 대형 싱크홀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서로에게 책임 소재를 가리기 바쁜 모습은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상황관리실에서 시민들의 눈을 피해 몰래 초밥을 먹는 변종구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 당일 '황제 라면'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과 오버랩된다.


이를 바라보던 심혁수는 변종구에게 "라면만 먹어도 난리 납니다"라며 현실을 꼬집었다.


2. 무속인에 의지하는 정치인들


현실을 풍자한 장면은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지난 2014년 JTBC 보도를 통해 선거철을 앞둔 정치인들이 수천만 원을 투자해 '점집'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도 권위적이며 공격적이던 변종구는 '꼬마 무당'을 찾아가 자신의 미래를 점친다.


유권자들 앞에서는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미래를 투자하라고 당당히 말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미래를 무속신앙에 기대고 있는 정치인들.


과연 그들의 행동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일까, 자신의 탄탄대로 같은 정치 미래를 위한 것일까?


3. TV토론 큐시트 유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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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방송용 큐시트 사전 유출 의혹을 받았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최종 연설 때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도록 할 것, 박 후보의 눈가가 촉촉이 젖으면 진행자가 이를 언급할 것" 등의 주문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변종구는 TV토론에 앞서 유출된 큐시트를 확인하고 진행자와 합을 맞춰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토론을 이끌어 간다.


4. 문재인 후보 아내의 고가 가구 매입 의혹


영화에는 과거에 발생했던 정치적 사건뿐만 아니라 현재의 진흙탕 같은 정치판을 정확히 예측한 장면들도 포함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는 지난 2006년 부산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고가의 가구들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문재인 후보 측은 "지인에게 2,500만 원을 빌려주고 이 돈을 가구로 돌려받았다는 설명을 캠프 관계자가 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마치 오마주처럼 영화 속에 등장한다. 


변종구 아내가 고가의 그림을 구입해 논란이 불거졌고, 그로 인해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던 변종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5. 후보 가족의 '선거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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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에 등장하는 서울시장의 또 다른 후보 양진주(라미란 분)는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변종구를 추격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바로 자신의 아들.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들 스티브 홍을 내세워 포퓰리즘적 선거 유세를 벌이며 표심을 사로잡기에 나선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 정당 대선 후보의 가족이 각 후보의 선거 유세에 합류한 것은 '선거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모든 장면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한국 정치판의 지독한 현실일까?


만약 당신이 정치인이라면 이 영화를 절대로 봐서는 안 된다. 대놓고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 장면들을 보며 2시간 내내 얼굴을 붉힐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유권자라면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한다. 그리고 대답해야 한다.


오는 5월 9일 실시될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의 미래를 약속하는 정치인들에게 대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투표용지'다.


날카로운 투표용지만이 한국 정치판에서 되풀이되는 악습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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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