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에이즈(HIV)에 감염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모든 책임과 잘못을 자신에게로 떠넘긴 남편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에이즈에 감염된 이유는 다름아닌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가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였던 것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지난해 케이블TV 채널 뷰 '진짜 사랑5'에서 방송돼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에이즈 감염된 부부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사위 정태진(33) 씨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는 장모는 집까지 찾아와 두 사람이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위험한 바이러스에 노출된 딸을 사위로부터 떼어놓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장모는 시댁까지 직접 찾아가 두 사람을 떼어내줄 것을 부탁했고 사돈의 호소에 시댁 어른들은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집을 나서려던 장모는 두 손 모아 서있는 사위 정태진 씨에게 "너 내가 양심있게 살라고 얘기하지 않았냐?"며 "사람이 얘기하면 들은 시늉이라도 한 번 해봐라"고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아내 박혜영(31) 씨는 아무것도 잘 모르면서 남편 정태진 씨에게 막말을 퍼붓는 엄마가 그저 야속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남편 정태진 씨의 부모님들은 아들이 에이즈에 감연된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어머니 김영남(69) 씨는 자신의 아들이 에이즈에 왜 감염이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릴 적때부터 이성문제만큼은 유독 보수적이었던 아들이 지금의 며느리 박혜영 씨를 만나기 전 까지는 여자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모태 솔로'였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니 김영남 씨는 다짜고짜 아들에게 달려가 감염 경로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아들 정태진 씨는 "감염 경로를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답답함을 호소했다.
두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강제로 떼어놓고 싶었던 장모는 정태진 씨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동네방네에 소문냈고 결국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임시방편으로 시댁에 들어가야만 했다.
이들 부부 앞에 놓인 시련은 계속됐다. 시아버지가 에이즈에 감염된 아들이 먹는 약을 며느리 박혜영 씨도 먹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것이다.
아들 녀석 때문에 며느리마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된 시아버지는 아들 방으로 달려가 "이게 무슨 약이야?"라며 "왜 혜영이까지 끌어 들여서 망가트리고 그래 이놈아"라고 역정을 냈다.
시아버지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 며느리 박혜영 씨는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가족들에게 하지 못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박혜영 씨는 "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먼저 에이즈에 걸려서 오빠한테 옮겼어요"라며 "용기를 냈어야 했는데 말씀드릴 용기가 없었어요"라고 무릎 꿇고 오열했다.
남편 정태진 씨에게 에이즈 바이러스를 옮긴 사람이 다름아닌 아내 박혜영 씨였다는 말이다. 사실을 이랬다. 남편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듣고 아내 박혜영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 판정이었다.
자신 때문에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혜영 씨는 기억을 되짚어 봤다. 그녀는 어떻게 에이즈에 감염된 것일까. 3년 전 연기공부를 위해 떠났던 미국에서 박혜영 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 가진 관계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됐던 것이다.
박혜영 씨는 이 같은 사실을 남편에게 솔직히 고백했다. 남편 정태진 씨는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대신 그 짐을 짊어지기로 했고 자신이 왜 에이즈에 감염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남편 정태진 씨는 "내가 아내 대신 아프고 힘든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며 "아내 혜영이만 곁에 있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에이즈에 감염된 아내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모든 책임과 잘못을 자신에게로 떠넘긴 남편. 그리고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진심을 알게된 양가 부모님들. 두 사람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한편 '진짜 사랑5'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연하는 모큐멘터리 제작기법을 활용해 진짜보다 더 리얼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