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빅스 켄이 지난달 24일 개막한 '꽃보다 남자 The Musical'의 남자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꽃보다 남자 The Musical'은 일본의 인기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꽃미남 재벌 2세' 구준표(츠카사)가 가난한 소녀 금잔디(츠쿠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서는 2009년 방영된 이민호, 구혜선, 김현중 주연의 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다.
성공이 보장된 '킬러 콘테츠'인 만큼 주인공 구준표 역에 누가 캐스팅될지는 연예계의 큰 관심사였는데, 이 자리는 빅스 켄이 꿰차 화제를 모았다.
켄은 키 180cm에 누가 봐도 잘생겼다고 느낄 만큼 조각 같은 외모를 지녔다.
구준표의 기본 설정 이미지가 '완벽한 외모'인지라 제작사는 훈훈한 외모의 켄을 단번에 캐스팅 한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에서 켄은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제대로 충족시켜 준다.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특별히 내 옆에 있게 해줄게"같은 오글거리는 대사도 아이돌답게 능구렁이처럼 소화한다.
10대 특유의 풋풋하면서도 허세 넘치는 감성도 잘 살려 연기했다. 그는 20대 중반이지만,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청소년의 몸짓, 말투를 깊게 연구한 듯 보였다.
노래와 춤도 기대 이상이었다.
전세계를 다니며 공연을 하는 가수답게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왕왕 몰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장된 리액션이 있긴 했지만, 켄은 그때마다 설레는 건치 미소를 드러내며 여성 관객들을 다시 집중시켰다.
사실 '꽃보다 남자 The Musical'은 주인공인 켄의 외모에만 시선이 갈 만큼,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작품 완성도가 떨어진다.
재벌의 갑질, 학교 폭력, 물질 만능주의 등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극 도처에 널려있지만, 원작 만화를 그대로 가져오려는 강박이 심했던 탓인지 일본에서나 먹힐 듯한 개그와 대사가 계속 이어져 관객의 몰입을 방해했다.
귓전에 맴도는 뮤지컬의 대표곡 '킬링 넘버'의 부재도 아쉬웠다.
켄을 포함한 배우들이 170분 동안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무대를 끊임없이 오가며 고군분투했지만, 초연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애당초 '꽃보다 남자 The Musical'이 큰 교훈이나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볼만하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며 대리만족하면 그뿐이므로, 여자 동성 친구들과 가볍게 보면 될 듯하다.
대부분의 관객도 뮤지컬 자체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켄이나 꽃미남 배우에 집중했지만, 상당히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과 아랍에서 온 여성들도 수십 명 있었는데, 이들 역시 '만찢남' 켄에 반한 듯 뮤지컬이 끝난 후에도 대극장 주위를 한참이나 배회했다.
현재 '꽃보다 남자 The Musical'를 '웰메이드 공연'이라며 극찬할 수는 없지만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굴천재' 배우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등 '눈 호강' 하나는 장담하니, 관심이 생기면 오는 5월 7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을 찾아가 보자.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