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0일(목)

시신 담는 '영현백'을 3천개 이상 준비... 군의 수상한 '시신 대비' 논란


국회에 투입됐던 계엄군 / YouTube '미디어몽구'


군이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대량의 종이관 구매를 검토하고, 실제로 3천 개 이상의 '영현백'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영현백'은 군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전사자(사망한 군인)의 시신을 담는 검은색 방수 포대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Body Bag'이라고 부르며, 국군에서는 '영현(英顯) 백(Bag)'이라는 표현을 쓴다.


지난 18일 MBC는 군(軍)이 시신을 담는 종이관을 다량 구매하려 하고, 실제 영현백을 대규모로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2일, 2군단 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서울의 한 종이관 제조업체에 연락해 군부대에서 사용할 시신 이동 및 보관 용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문의했다.


그는 제작 소요 시간과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물량을 확인한 뒤, "사망자가 예를 들어 3천 명 발생한다면 공급이 가능하냐"며 구체적인 구매 계획을 타진했다. 이어 "종이관 1천 개를 구매할 경우 가격이 얼마냐"는 질문까지 던졌다. 하지만 이후 군무원 측의 추가 연락은 없었고, 해당 업체와의 계약도 성사되지 않았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 뉴스1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이 민간 업체에서 관을 구매한 전례는 최근 5년간 없었다. 창군 이래로도 유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연간 군 사망자가 100명 미만인 상황에서, 그것도 특정 부대에서만 1천 개 이상의 시신 처리를 염두에 둔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더불어, 육군이 실제로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영현백'을 대량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1월 1천883개였던 육군의 영현백 보유량은 연말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12월, 갑자기 4천940개로 급증했다. 단기간에 평소 보유량의 두 배 가까운 3천114개를 추가 구매한 것이다. MBC가 확인한 2021년 이후 육군이 이처럼 많은 영현백을 확보한 적은 없었다.



이 같은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군이 대량의 사망자 발생을 예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의원, 유시민 작가 등이 'A급' 수거 대상으로 분류돼 있었다. 또한 'A급' 인사의 처리 방안으로 "수집소 이송 중 사고, 가스, 폭파, 침몰, 격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국회 나서는 무장 계엄군 / 뉴스1


수집소 중 한 곳으로 명시된 '오음리'는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지역으로, 공교롭게도 종이관을 문의했던 2군단 산하 702특공연대가 주둔하고 있다.


2군단은 이에 대해 "지난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중 전시 사망자 처리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됐을 뿐, 실효성이 없어 중단한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육군 또한 "비축한 영현백은 2022년 합참 지침에 따라 중기 계획상 반영된 물량이 12월에 납품된 것이며, 비상계엄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련의 정황이 맞물리면서 군이 12.3 비상계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를 예상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