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 '사즉생'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현재 삼성이 처한 위기 상황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전 임원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은 경기도 용인 인력개발원 호암관 글로벌홀에서 지난달 말부터 전체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소집해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교육’을 진행 중이며, 이번 세미나는 4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삼성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임원 대상 교육을 실시했으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2017년부터 이를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이 직면한 전방위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9년 만에 다시 세미나를 부활시켰다.
이 회장은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성우 내레이션을 통해 "삼성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삼성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은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명함 크기의 크리스털 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램, TV,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 부문의 점유율이 모두 하락했다. 삼성전자 TV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8.3%로 전년(30.1%) 대비 감소했으며, D램 점유율은 2023년 42.2%에서 2024년 41.15%로, 스마트폰 점유율은 19.7%에서 18.3%로 각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