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들이 채용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가운데, 삼성이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단행하며 '인재 중심 경영' 철학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재제일'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청년 일자리 확대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 행보다.
삼성그룹은 10일부터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상반기 공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채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이 포함됐다. 지원자는 17일까지 삼성커리어스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으며, 이후 온라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면접(5월), 건강검진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자가 선발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만 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삼성은 2022년 이재용 회장의 주도 아래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정보통신(IT) 등 핵심 사업에서 5년간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를 차근히 실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기술 인재 확보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인재 확보 전략은 고용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임직원 수는 2018년 10만3011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12만8169명으로 24%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는 것과 대비된다. 인텔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1만5000명을 감축했고, 메타는 최근 36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의 공채 전통은 1957년 이병철 창업주의 '인재제일' 철학에서 시작됐다. 국내 대기업들이 수시채용 중심으로 전환하는 가운데서도 삼성은 대규모 신입 공채를 유지하며 능력 중심의 인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공채를 도입하고, 입사 요건에서 학력 제한을 폐지하는 등 채용 혁신에도 앞장섰다.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여성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삼성은 인공지능(AI) 혁신과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를 서울, 대전, 광주, 구미, 부산 등 5개 지역에서 운영하며, 올해부터 교육 대상을 대학 졸업생에서 마이스터고 졸업생까지 확대했다. 또한,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는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1만6000여 명을 채용하며 전문 기술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성별·학력·국적 등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며 열린 채용 문화를 정착시켜왔다. 또한, R&D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경력직과 우수 외국인 이공계 유학생 채용도 병행하며,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수 인재 확보는 필수적인 요소"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열린 채용 문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채를 통해 삼성은 인재 중심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는 동시에,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며 국내 고용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