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결국 파국으로 끝났다.
당초 두 정상은 양국 간 희토류 광물 협정을 체결하고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에 편향된 종전협상 방식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면서 첫 정상회담은 파행으로 끝났고, 체결이 예상됐던 광물협정도 불발됐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방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현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환한 미소와 함께 맞이했다.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눈 뒤 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들어갔다.
약 45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양측은 마지막 10분간 충돌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며 이날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공정한 거래를 가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큰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감했다"라고 칭찬하며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면 아주 좋은 합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짜 안전보장을 위한 첫 문서가 되길 희망한다"며 광물협정 체결로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지지가 지속되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와의 전쟁과 관련해서는 "그(푸틴)는 살인자이자 침략자"라면서 "살인자에게 우리 영토를 양보하는 것은 안 된다. 푸틴이 이 전쟁을 시작했고, 그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 재침공한 점 등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안전보장 조치를 거듭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끼어들어 이번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하지 못했던 푸틴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재차 과거부터 푸틴이 휴전 협정을 어겼다며 확실한 안보 보장 없는 외교적 해결이 무슨 소용이냐는 논리로 맞섰다.
이에 밴스 부통령은 "외람되나 백악관에 와서 미국 언론을 앞에 두고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당신 국가는 지금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 제3차 세계대전 도박을 하고 있다. 큰 위기에 처해있고, 미국에 감사해야 하지만 지금 하는 행동은 이 나라에 매우 무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고 발언을 이어가면서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얼굴을 붉히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보다 이른 오후 1시 40분쯤 굳은 표정으로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백악관을 떠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라며 협상 결렬 사실을 알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에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가 필요하며 그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나면서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예정된 광물 협정 서명식 및 공동 기자회견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 실패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가 긴장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 연합(EU)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