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자존심 신진서 9단이 중국 딩하오 9단을 꺾고 농심신라면배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한국 바둑의 5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21일 신진서 9단은 중국 상하이 그랜드 센트럴 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딩하오 9단을 상대로 242수 만에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마지막 주자 신진서 9단의 활약으로 우승 상금 5억 원을 확보했으며, 22회 대회부터 시작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5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은 농심배 통산 17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8회 우승에 그친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일본은 단 1회 우승에 머물렀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 3개국을 대표하는 기사 5명씩이 출전해 3라운드까지 연승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최종 생존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신진서 9단은 이번 승리로 농심배 통산 18연승을 기록하며 대회 최다 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앞서 그는 이창호 9단의 14연승 기록을 넘어선 바 있다.
또한 신진서 9단은 대회 통산 18승 2패를 기록하며, 이창호 9단의 한국인 최다승 기록인 19승에 바짝 다가섰다. 현재 농심배 최다승 기록은 중국의 판팅위가 보유한 21승 9패다.
중국은 3라운드까지 3명의 기사가 살아남았으나, 리쉬안하오 9단과 딩하오 9단이 연이어 신진서 9단에게 패하면서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대국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우하귀에서 딩하오 9단의 공세에 신진서 9단이 차분히 대응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고, 중반 좌상귀에서 점수를 획득하며 우위를 점했다.
승부는 계속해서 출렁였다. 딩하오 9단이 상변에서 반격해 역전에 성공했으나, 초읽기 상황에서 실수가 나오며 다시 백중세가 됐다.
마지막 승부처에서는 딩하오 9단이 중앙에서 점수를 얻어 앞서갔으나, 신진서 9단의 과감한 공격에 흔들렸고, 좌하귀에서의 악수로 인해 결국 패배를 맞았다.
우승 시상식에서 홍민표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6연승의 감동도 컸지만 올해 2연승도 그에 못지 않다. 잠을 못 이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선수들이 우승을 합작해 더욱 값지다"고 밝혔다.
그는 "김명훈이 앞에서 4연승을 기록, 뒤에서 대기하던 선수들의 부담을 덜었다. 박정환 9단도 제 역할을 했다. 설현준 9단은 상하이 현장에 많은 도움을 줬고, 특히 신진서 9단을 멘털적으로 도왔다"며 선수들을 치하했다.
홍 감독은 "다음 농심배에서도 더 좋은 스토리를 만들겠다"며 6연패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진서 9단은 "지난해 기록한 6연승보다 올해 2연승이 더 어려웠다. 특히 최종국 승부가 어려웠던 만큼 더 기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