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차가운 공기를 내뿜고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찾았다.
차가움 속에는 긴장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는데, 최 회장은 한미 경제 협력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미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그 드넓은 땅을 밟았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된 뒤 덮친 보호무역주의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최 회장은 한미 경제 협력의 방향타를 다시 맞추겠다는 일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1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경제사절단의 방미 일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대응을 목적으로 한다.
사절단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조선, AI·반도체, 에너지, 원전,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 8년간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약 1,600억 달러(한화 약 230조원)를 투자해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음을 강조했다.
이 중 상당수는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고급 일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쉽게도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과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절단과의 논의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조선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절단은 이튿날인 20일 재무부 관계자들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안정적인 거시경제 환경 조성과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한 재무부의 역할이 강조됐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불확실성'을 최대한 거두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절단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한화, 포스코 등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26개 주요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의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루어져 재계는 물론 정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민간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부 리더십의 공백이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일본, 인도, 이스라엘 정상과의 회담을 마쳤고, 다음 일정으로 프랑스와 영국 정상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 간 장관급 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한 달 내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시점이 빠른 것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돼 정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절단의 방미 일정은 한미 경제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도전 속에서 양국 간 경제적 유대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지가 향후 주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