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고 그냥 한 발 더 내디디세요"... '양궁 3관왕' 김우진의 감동적인 국민대 졸업식 축사
김우진 / 뉴스1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후 국민대학교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에 충실하면 원하는 목표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우진은 "올림픽에서 양궁은 '금메달'을 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종목이지만 알고 보면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하며 선수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전했다.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 뉴스1
그는 과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성공이 자만으로 이어져, 런던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현실을 회피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다시 훈련에 매진하게 된 과정을 공유했다.
김우진은 "어떤 날은 1000번 넘게 화살을 쏴 손가락이 퉁퉁 붓고 갈라지기도 했다"며 "그래도 '내가 왜 이 길을 걷기 시작했는가, 나의 화살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되뇌이며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슬럼프에 빠진 나를 만든 건 다름 아닌 나의 자만과 나태함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다"고 전했다.
그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국가대표로 복귀해 리우와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파리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금메달을 목표로 더욱 각오를 다졌다.
김우진 / 뉴스1
김우진은 파리 올림픽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과 맞붙었으며, 마지막 5세트에서 나란히 10점을 세 번씩 쏜 뒤 슛오프에서 단 4.9㎜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당시 마지막 화살을 쏘며 "타깃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보며 지금까지 훈련하고 몸에 익힌 것은 활 쏘는 것만이 아니라 제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졸업생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하는 여러분은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궁극적인 목표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며 "그렇게 나아가면 여러분도 각자의 퍼즐을 모두 맞추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며 진심 어린 응원의 말을 전했다.
다음은 김우진의 축사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양궁 국가대표 선수 김우진이라고 합니다. 먼저 이 귀한 자리에 초청해주신 국민대학교 김지용 이사장님, 정승렬 총장님, 그리고 학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 오늘의 주인공이신 졸업생 여러분과 자녀 뒷바라지에 애쓰신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여러분을 모시고 축사를 하게 되어 매우 설레기도 하고 어떤 말씀을 전해드릴까 고민해보았는데요,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파리 올림픽까지,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해보겠습니다.간단하게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 개인, 혼성 경기에서 3관왕을 차지한 '수면쿵야' 김우진입니다. 반갑습니다.혹시 '수면쿵야'라는 제 별명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고 계실까요? 제가 경기 도중에 긴장감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도 심박 수가 마치 수면 중에 있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많은 분이 지어주신 별명입니다.(사실 지금 이 순간이 올림픽 경기장에서 활을 쏠 때보다 더 심장 박동 수가 높을 것 같습니다.)수면쿵야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사실 제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만 가지의 변수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양궁이라는 스포츠 특성상 저도 불안과 걱정 속에서 활을 당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이제 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제가 양궁을 시작했던 유년 시절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옥천군 이원면이라는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 어린 시절 놀림도 받고 따돌림도 당했습니다.어린 시절 저는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양궁이란 운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길을 내가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참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하지만 저는 그 고민을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의 답은 '활을 쏘는 내 손에 달려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어 제가 당긴 활시위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돌파구가 바로 양궁이다'라고 깨닫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그렇게 꾸준히 반복한 결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단체전 모두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 나가게 될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를 받는 유망주 시절을 맞이했습니다.그때의 저는 '나의 노력의 대가가 이렇게 달콤하구나' 승리의 기분에 젖어 들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지난날의 마음가짐을 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항상 모든 경기가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자만심과 착각에 목표 의식도 흐려지고 자연스럽게 연습량도 줄어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런던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이 기점으로 저는 극심한 슬럼프 시기에 빠졌습니다. 항상 시합에서 최상위권이었던 저는 점점 메달에서 멀어져 그저 그런 선수로 변해가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저는 지난날의 영광만 생각하며 언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현실을 회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그리고 저는 2012년 전국체전에서 더 큰 충격을 받습니다. 60명이 출전하는 전국체전에서 55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는데요. 그때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이 온통 저를 휘감았습니다. 차가운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제 위치를 인정하고 다시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어떤 날은 천 번을 넘게 화살을 쏘며 손가락이 퉁퉁 붓고 갈라지는 날도 있었습니다.저는 다시금 '내가 왜 이 길을 걷기 시작했는가, 나의 화살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되뇌이며 이를 악물고 훈련하였습니다. '이렇게 슬럼프에 빠진 나를 만든 것은 바로 나의 자만과 나태함이다'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였습니다.2015년 저는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제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하여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개인전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지난해인 2024년, 저는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때 저는 제 인생에서 남은 마지막 퍼즐 하나를 꼭 맞추고 싶었습니다. 바로 개인전 우승이었습니다.그동안 다른 대회에서는 개인전 우승을 많이 차지했지만 유독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큰 무대에서는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저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마음'이었는데요. '지나친 욕심은 나의 마음을 흔들고 과녁을 흐린다. 과정에 최선을 다했으니 나 자신을 믿자'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마지막 경기였던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 선수와의 결승전을 혹시 기억하실까요?엘리슨 선수와의 인연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궁의 한국 선수들을선수들을 상대할 만큼 유독 강력했던 라이벌이었는데요. 양궁 개인전 결승전은 전 세계 모든 양궁인이 가장 기대했던 경기인 만큼 그날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경기는 제가 1세트를 내주면서 시작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면서 4:4 동점인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제 마지막 5세트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먼저 10,10,10, 브래디 선수도 10,10,10 만점을 쏘았습니다. 엘리슨 또한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낼 줄 아는, 오랜 내공이 쌓인, 굉장한 실력의 선수였습니다.승부는 결국 마지막 한 발씩 쏘는 슛오프로 결정이 되었는 데요. 저는(수면쿵야라는 별명에 걸맞게^^)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마지막 화살을 쐈습니다. 그때 타깃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훈련하고 몸에 익힌 것은 활 쏘는 것만이 아니라 제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다는 것을요.저의 화살은 4.9㎜의 차이로 엘리슨이 쏜 화살을 이겼고,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개인전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 결과 그토록 갈망하던 올림픽 개인전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모든 시간들이 모여 저의 퍼즐을 완성한 그 순간의 기분과 전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올림픽에서 양궁은 '금메달'을 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종목이지만 알고 보면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오늘 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여러분들께 전달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첫째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에 충실하자'입니다. 저 또한 운동선수 생활을 하면서 결과에 대한 많은 중압감을 느꼈습니다. 제 기록에 따라 금, 은, 동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입니다.여러분도 취업을 준비하시다 보면 많은 중압감과 부담을 느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성공 혹은 실패'라는 결과는 컨트롤할 수 없지만 목표를 향한 과정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정을 충실하게 해 나가면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둘째는 '꾸준히 나아가기'입니다. 저는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2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실패와 좌절의 시기를 겪으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묵묵하게 걸어왔습니다. 제가 만약 도중에 그 걸음을 멈추었다면 오늘날 제가 이룬 여러 성취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좌절감을 느낄 때 그냥 한 발 더 내디디십시오. 한 발 내딛는 것만이 여러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당장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여러분도 여러분의 퍼즐을 맞추는 순간을 맞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