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23일(일)

'0.005% 확률' 적중해 혈액암 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한 경찰

석영진 경장 / 광주경찰서


경기남부경찰청 광주경찰서 경안지구대의 석영진 경장이 생면부지의 혈액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5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경안지구대 석영진 경장은 지난해 9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이는 석 경장이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등록을 한 지난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조혈모세포는 골수, 혈액, 탯줄에서 발견되는 특수세포로, 신체에 항상 일정한 수의 혈액세포가 존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백혈병 같은 혈액함 환자들의 경우 이 같은 조혈모세포가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들은 타인으로부터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문제는 유전 형질이 일치할 확률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전 형질은 친형제 자매의 경우 일치할 확률이 25%이며, 친부모자식 간에도 5%라는 낮은 일치 확률을 보인다.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타인과 유전 형질이 일치할 확률은 0.005%로 2만명 가운데 1명 꼴이다.


석 경장이 한국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유는 '기적'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그와 유전 형질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석 경장은 해당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유전자 확인 검사와 건강 검진 등 기증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석 경장은 지난 1월 기증을 희망한다는 환자 측의 연락을 받고, 지난달 중순 2박 3일에 걸친 시술을 받고 조혈모세포를 기증을 완료했다.


석영진 경장 / 광주경찰서


석 경장은 "기증을 위해선 시술 전부터 골수 촉진 주사를 여러 번 맞아야 하고 개인 일정도 비워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술 일정을 잡았는데 모두가 응원과 함께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이어 "기증 후 세포를 이식받은 환자의 혈액 세포가 적정 수치까지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석 경장은 지난 2007년 3사관학교 복무 시절 헌혈 버스에서 헌혈을 하던 중 인근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을 보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가 경찰 공무원을 꿈 꾸게 된 것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또 석 경장은 여태까지 70회의 헌혈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