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출산율 저하는 고소득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1인당 출산율 1.5명 이상을 유지하는 국가들이 존재한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하버드대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한 이 연구에서 한국의 출산율은 0.9명으로, 조사 대상 고소득 국가 중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한국 여성들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2.8시간 더 많은 시간을 가사·육아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이 낮은 일본(1.4명)과 이탈리아(1.3명)에서도 여성들의 집안일 부담은 각각 3.1시간, 2.9시간 더 많았다. 반면 비교적 출산율이 높은 미국(1.7명)과 프랑스(1.8명)의 경우, 남녀 간 가사 노동 격차는 각각 1.8시간, 1.5시간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골딘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출산율이 낮은 고소득 국가들에서는 여성들이 여전히 가사 노동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라며 "그중에서도 한국의 상황이 특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2023년 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여성들이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가까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라며 "부부 간 형평성 측면에서 과거의 틀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많은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성평등한 가정을 원한다"면서 "미국과 같은 국가는 점진적 사회 변화를 겪을 시간이 있었지만, 한국처럼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은 현대적 가치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골딘 교수의 연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단순한 경제적 지원책만이 아니라, 가사와 육아의 성별 균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