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4일(금)

"한일어업협정에 궂은 날씨에도 가야 했다"... 침몰한 배, 부산 선박이었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대형트롤선박이 침몰(추정)돼 선원이 구명 뗏목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부산 선적의 대형 트롤선 제22서경호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근해트롤어업협회는 '대형 트롤어업 동경 128도 이동수역 조업금지' 조항 때문에 궂은 날씨에도 어선이 출항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제22서경호 같은 대형 트롤선은 현행법상 동경 128도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부산 선적임에도 여수에서 조업을 해야 했다. 또한, 대형트롤금지구역선 바깥에서만 조업할 수 있어 중국 어선들이 많은 지역에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어선들은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항해가 불가능하지만 대형 어선은 가능하다"며 "이에 트롤선들은 중국 어선들 사이에서 뭐라도 잡으려면 일단 나가서 그물을 던진다"고 했다.


사진=여수해양경찰서


1965년 한·일 어업협정 부속 조치로 시작된 '대형 트롤어업 동경 128도 이동수역 조업금지' 조항은 1976년 수산청 훈령 256호로 제정되었다. 이는 수산자원 보호와 다른 어업과의 분쟁 방지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대형트롤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이 청구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어업 현실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왜 이런 환경이 됐는지 다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9일 오전 1시 41분쯤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제22서경호(승선원 14명, 부산 선적)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 직후 해경은 수색 작업을 통해 8명을 구조했으나 한국인 선장 등 내국인 4명은 숨졌고, 외국 선원 4명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구조된 외국인 선원들은 나로도항으로 이동 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 중이다.


당시 사고 해상에는 강풍주의보와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