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치매의 대표 병변인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어할 수 있는 분자적 기전을 최초로 규명하며 산발성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에서 효소 작용으로 절단되어 생성되는 조각으로,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또 세포에 독성을 유발하고 신경세포의 기능과 생존에 손상을 준다.
산발성 알츠하이머는 유전적 변이 없이 노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의미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성균관대 의대 안지인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된 단백질인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와 EBP1 단백질 발현 변화에 따른 발병 기전을 밝히고, 실제 환자와의 치매 유사도를 높인 동물 모델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EBP1 단백질은 주로 뇌 신경세포에 발현하여 신경세포 생존과 분화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EBP1 발현 저하로 인한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및 인지 기능 장애 등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 기전을 새롭게 입증했다.
또 EBP1 유전자를 제거한 마우스를 동물 모델로 제시해 EBP1의 발현 유지를 통한 기능 보존이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고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 등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다.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500만 명으로, 최근 국내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가 승인돼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기 시작했으나, 뇌 속에 쌓여 신경 세포를 죽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생성을 제어하는 약물은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주로 치매 연구에 사용되는 마우스 모델은 유전적 변이를 가하기 때문에 실제 전체 치매의 5%밖에 해당되지 않는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 상황과 유사하다.
이에 유전적 변이 없이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산발성 알츠하이머 동물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본 연구팀은 EBP1 단백질이 노화 및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뇌에서 특정하게 발현 감소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EBP1 유전자 결손 마우스의 뇌에서는 노화에 따라 신경세포 내 독성이 점진적으로 유도돼 뇌 위축, 신경염증 반응,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이 증가됨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의 산발성 알츠하이머 치매 병리와 유사해 해당 마우스 모델이 산발성 알츠하이머 치매 동물 모델로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BP1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 비정상적으로 절단 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한 기능 결함으로 세포 내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을 촉진시킴을 밝혔다.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에 EBP1을 과발현시켜 기능을 복원했을 때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물이 감소되고 학습과 기억 능력 향상의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즉,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치료적 효용성을 가진 신규 단백질을 발견했다는 의의를 확인한 것이다.
연구 저자인 안지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발성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데 적합한 신규 마우스 모델을 제안하고 그 병리 기전을 분자와 세포, 동물 모델과 환자 조직에서 밝혀내 제어기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속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전략으로 독성단백질 제거 기전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협업과 기초 연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해당 연구 성과를 창출했다”면서 R&D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국가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쳐 에이징(Nature Aging)'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