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로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유망 피겨스케이팅 선수 스펜서 레인(16)이 사망했다.
그의 안타까운 소식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레인은 짧은 선수 생활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사고가 일어나기 몇 시간 전, 그는 여객기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31일 오후 8시 53분쯤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육군 헬기와 충돌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 레인과 그의 모친 크리스틴이 함께 있었다.
부친 더글러스는 인터뷰에서 "스펜서는 한국에서 입양됐다"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네이선 첸의 경기를 본 후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더글러스는 "누가 등을 떠민 것이 아니었다"며 "스케이팅을 사랑했고 타고난 재능이 있었지만, 매일 노력하는 아이였다"고 밝혔다.
레인은 온라인으로 고등학교 수업을 들으며 매일 보스턴 교외에 위치한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까지 오가며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동부권 대회 중급자 부문에서 우승하며 피겨스케이팅 국가개발캠프(NDC) 참가 자격을 얻었다.
NDC는 매년 150여 명의 유망 피겨 선수를 모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미 CBS 방송은 이를 "미국의 모든 어린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받기를 꿈꾸는 초대장"이라고 설명했다.
레인은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 권역 대회 4위권 진입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며 "첫 경쟁 시즌을 대회 시상대 맨 위에서 마무리하게 돼 정말 기쁘고 놀랍다"는 소감을 남겼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브 대표는 레인을 "젊은 영재"라고 표현했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 미친 아이였다. 정말 엄청나게 재능 있는 선수였다"며 "스케이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 종목의 정상을 향해 로켓처럼 치고 올라갔다"고 회상했다.
레인은 최근까지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캠프 훈련 모습을 포함해 갖가지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가 공유한 생애 마지막 사진은 사고 여객기의 날개였다.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몇 시간 전 그는 인스타그램에 "ICT-〉DCA"라는 짤막한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이는 아이젠하워국립공항(ICT)에서 출발해 로널드레이건공항(DCA)을 향해 날아가던 피겨 유망주의 마지막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