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고인의 휴대전화에 작성됐던 유서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해당 유서에 특정 기상캐스터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동안 당했던 괴롭힘 내용을 상세히 작성했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인의 휴대전화 속 저장돼 있던 유서 내용 일부가 갈무리돼 올라왔다.
공개된 유서에서 오씨는 "내 장례식은 야외에서 파티처럼 해주세요. 다 드레스나 예쁜 옷 입고 와서 핑거푸드 먹으면서 웃으면서 보내줘요"라며 "어디에 묻지 말고 갈아서 아무 바다나 강에 뿌려줘요"라고 부탁했다.
오씨는 "사는 게 너무너무 피곤합니다. 나를 설득시켜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도 싫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사랑만 할 수 없는 게 싫어요"라며 "등 벌어질 듯 아픈 것도 명치 찢어질 것 같은 것도 지긋지긋해"라고 호소했다.
이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나 살리려고 불편하게 하는 것도 싫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도 힘들어"라며 힘겨운 심정을 토로했다.
해당 유서에서 오씨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동료 아나운서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중략) 인간관계 다 그런 거라고 하셨죠? 항상 그렇게 사십쇼. 불편한 관계 삭제시키면서"라고 일갈했다.
한편 故오요안나가 작성한 유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씨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
오씨보다 먼저 입사한 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씨에게 뒤집어씌우는가 하면 또 다른 선 입사 기상캐스터는 오씨가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고 한다.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여러 명에게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MBC는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