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운 변호사의 배우자인 현영숙(85) 이재운장학회 상근이사가 평생을 모은 200억 원 상당의 전 재산을 연세대학교에 기부했다.
21일 연세대는 현 이사의 기부를 통해 신촌캠퍼스에 '이재운 의생명공학융합연구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이사는 남편의 이공계 발전에 대한 신념과 뜻을 실현하기 위해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故 이재운 변호사는 1935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4후퇴' 때 피난했다. 가족과 함께 피난을 위해 바다로 나왔지만 수많은 인파에 생이별했고 혼자 배에 올랐다고.
당시 16살이었던 고인은 중학교 중퇴 후 독학으로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검사와 변호사로 법조계에서 활동했다. 노동법률상담소장으로 취임해 가난한 노동자들을 보살피기도 했다.
또 1982년에는 이산가족 지원 단체인 '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어 2001∼2007년 위원장을 맡았고, 이산가족의 한을 풀려고 동분서주하면서 '이산가족의 대부'로 불렸다.
생전 고인은 공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법인 이재운장학회를 만들어 교육 사업에도 힘썼다. 그는 2021년 향년 85세로 생을 마감했다.
현 이사는 "대한민국의 발전은 공학의 발전에 달려 있다"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장학회를 통해 이공계 인재들을 지원하며 그 신념을 실천해 왔다.
그는 "이번 기부가 대한민국 의생명공학의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연세대 이공계 분야에서 또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뜻을 밝혔다.
현 이사와 이재운장학회는 기부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학을 고르고 골라 연세대학교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율 이재운장학회 이사장은 "연세대는 기부금을 목적에 맞게 연구와 교육에만 사용하는 투명한 관리 체계로 신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부로 설립되는 이재운 의생명공학융합연구센터는 생명과학, 공학, 의학 및 난치병 치료 등 다학제적 융합 연구를 통해 최첨단 진단과 치료 기술 개발, 의료 로봇공학, 헬스케어 혁신 등을 이끌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