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경찰의 실탄 오발로 중상을 입은 미국인 A씨에게 국가가 2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미국인 A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은 사람이 충분히 통행할 수 있는 주택 밀집 지역으로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할 것을 예상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경찰관과 소방관의 존재를 사전에 인식했음에도 위험을 피하지 못한 점에서 주의 의무를 다소 소홀히 했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책임을 95%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치료비와 위자료를 포함해 총 2억1747만 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1심 판결보다 약 919만 원이 증가한 액수다.

2020년 3월 경기도 평택시 산책로에서 핏불테리어 한 마리가 다른 개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출동한 경찰은 테이저건이 방전되어 사용하지 못하자 권총을 사용해 맹견을 진압하려 했다. 그러나 실탄은 맹견을 빗나가 도로를 횡단 중이던 A씨의 턱에 맞아 심각한 골절상을 입혔다.

A씨는 이후 치료비와 위자료 등 총 2억57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경찰의 무기 사용 범위와 안전성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며 향후 유사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