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권금성산장'의 유명한 털보 산장지기로 알려진 산악인 유창서 씨가 지난 16일 오후 5시 강원도 속초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다.
17일 고인의 유가족은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유씨는 1938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1954년 배재중에 다닐 때 암벽 등반을 시작으로 산악 활동에 입문했다. 동국대에 입학해 이 대학 산악부 초기 멤버로 활약하며 1963년 도봉산 선인봉 측면 등반에 성공했다.
이후 안국화재에 들어갔으나 산악 조난사고 구조에 전념했다.
1969년에는 설악산 토왕성폭포 첫 등반 시도를 하기도 했다. 같은 해 한국산악회의 '설악산 죽음의 계곡 10동지 조난사고' 수습을 계기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설악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1971년부터 2009년까지 그는 설악산 화채능선 끝쪽에 위치한 권금성산장을 운영하며 방문객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음료와 물품을 판매했다.
1976년 대한적십자사 설악산 산악구조대를 창설해 초대 대장이 되어 수많은 인명을 구조했으며, 이때까지 구조한 사람만 440여 명에 달한다는 기록이 있다.
그는 또한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한 '설악산 등산학교'의 교관으로 활동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유씨는 에델바이스 서식처를 찾아내고 크낙새와 산양 등의 서식 실태를 조사하는 등 자연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산악동지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3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화채능선을 법정 탐방로에서 제외하면서 산장 철거를 통보받았고, 이에 대응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결국 그는 2009년에 산장의 문을 닫고 속초로 돌아왔다.
2015년 국립산악박물관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고 그의 소장품은 박물관에 기증됐다.
유씨는 생전에 책 '바람이여 구름이여 설악이여'(1990)와 '산장에 남긴 사연들'(1992)을 펴내며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했다.
1981년에는 권금성산장을 기반으로 수많은 인명을 구한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