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날씨에 얇은 내복 차림으로 길을 헤매던 80대 할머니를 화재 진압 후 귀소하던 소방대원들이 구조했다.
17일 당진소방서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새벽 1시께 발생했다. 이날 당진119구조대는 한 4층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런데 출동하던 중 얇은 내복만 착용한 상태로 길을 걷고 있는 할머니(84)를 발견했다.
날씨와 맞지 않는 복장으로 새벽에 정처 없이 헤매고 있는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대원들은 치매 노인으로 의심해 우선 경찰에 신고한 후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후 화재 진압을 마친 대원들은 귀소를 미루고 경찰과 함께 동네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소방서 인근 도로에서 헤매던 할머니를 발견했다.
당시 할머니는 저체온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대원들은 주저 없이 방화복을 벗어주며 체온을 유지시켰고 구급대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홍식 119 구조구급센터장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조대원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치매 노인임을 인지하여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열화상 카메라 기능이 탑재된 소방드론을 운영하는 등 사고 대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령화가 급속화 되면서 전국의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105만 명에 달한다. 또 치매 환자 실종 신고도 매년 증가해 지난 2023년에는 1만 4600여 건이 접수됐다.
실종 치매 환자들은 발견 당시 신분증이나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소, 연락처를 기억하지 못해 보호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경찰은 치매 환자들의 지문과 주소 보호자 연락처 등을 미리 등록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전에 관할 지역 경찰서에 방문하거나 앱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