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8일(토)

항암제 안 들어 걸리면 사망하던 '췌장암'... 국내 연구진이 쏜 '빛'에 죽었다


(왼쪽 하단부터 반시 계 방향) 이번 연구를 수행한 UNIST 권태혁 교수, 박민규 연구원, 민두영 교수, 김서윤 연구원, 양지현 연구원(오투메디), 윤광수 연구원, 이유진 연구원/ UNIST


국내 연구진이 항암제 내성이 있는 암세포를 '빛'을 쪼여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권태혁, 민두영 교수팀은 포스텍(POSTECH) 박태호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항암제 내성 원인으로 알려진 암세포의 자가포식을 억제할 수 있는 광 반응 화합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빛을 받으면 화합물이 활성화되고, 이 화합물이 자가포식이 일어나는 공간인 세포의 작은 주머니인 '리소좀'만을 선택해 공격하는 원리다.


개발된 리소좀 표적 광감각제 기반 치료의 차별점 / UNIST


그동안 암세포의 변화무쌍한 적응력은 항암제 개발에 있어서 주요 장애물로 꼽혀왔다.


세포 안에 생긴 노폐물을 분해하는 '자가포식'도 그 적응 메커니즘 중 하나다.


암세포는 자가포식을 통해 항암제를 배출하고, 분해된 노폐물 성분으로 부족한 에너지원을 메우며,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자가포식을 억제하기 위해 모폴린과 이리듐을 활용해 빛을 쪼였을 때 활성화되는 광 반응 화합물을 개발했다.


모폴린은 세포 내 리소좀만을 표적으로 삼고, 이리듐은 빛을 받아 산화 손상을 일으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개발된 광반응 화합물을 약물내성 췌장암세포가 이식된 쥐에게 투입한 뒤 적외선을 쪼이자, 젬시타빈 항암제 내성이 생긴 췌장암 조직이더라도 7일 만에 암이 줄어들고 완전히 사라졌다.


분석 결과 이 광반은 화합물은 빛을 받아 리소좀 막을 파괴함과 동시에 리소좀이 자가포식소체(autophagosome)와 융합되는 것을 방해하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포식소체'는 세포 노폐물이 일시적으로 격리되는 장소로, 자가포식소체와 리소좀 간의 융합이 일어나야만 자가포식이 시작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권태혁 교수는 "자가포식으로 약물내성이 생긴 주요 난치 암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기존 항암제들과 병용 치료할 때의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 화합물이 산화 손상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을 추가로 밝혀낼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국립암센터, 중소기업정보진흥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울산과학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