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미역국을 다 끓여주네"
아내가 4년 만에 끓여준 생일 미역국을 맛본 할아버지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21년 10월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 사랑하는 희에게'의 한 장면이 재조명되며 누리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인간극장- 사랑하는 희에게'는 이은형 할아버지와 김준희 할머니, 76세 동갑내기 부부가 주인공이다.
부부는 54년 전 펜팔을 통해 처음 서로를 알게 됐다. 얼굴도 모른 채 1년 6개월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5번의 만남 끝에 결혼했다.
그런데 52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한없이 착했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고 했던 말을 반복하는가 하면, 매일 다니던 길을 헤매기까지 했다. 심할 때는 자식도 알아보지 못했다.
4년 전인 2017년, 할머니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다. 이날 이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보살피며 지내왔다. 처음으로 집안일을 하면서 결혼 이후 힘들게 살아온 아내에게 안타까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할아버지는 정신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아내가 안쓰러워 이제는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내를 지켜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97세 시어머니 역시 며느리의 약을 챙기고 집안 살림을 돕는다.
이런 가족들의 정성에 한동안 심각했던 할머니의 상태는 더 악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호전되기까지 했다.
할아버지의 생일날이 됐다. 이은형 할아버지는 생일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후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손수 끓인 미역국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아침 일찍 주방에 나온 할머니는 미역을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왜 미역국을 끓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남편 생일이 오늘 아침인가? 그래서 끓이나. 왜 끓이지. 내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밥이 잘됐는지 확인하고, 물에 불린 미역을 헹궈냈다.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도 기억해 냈다.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시어머니)가 기름을 싫어해서 원래는 기름을 넣고 볶아서 끓였는데 그냥 볶지 않고 간장하고 마늘하고만 넣어서 끓인다"라고 설명했다.
비록 기억을 잃어가지만,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족을 위해 끓인 미역국을 할머니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후, 할아버지가 주방에 들어왔다. 미역국을 끓이는 아내를 본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달려왔다. 그러더니 "이야~ 미역국을 다 끓여주네. 이게 몇 년 만이야"라며 기뻐했다.
할머니는 "언제는 안 끓여줬나. 뭐가 몇 년 만이야. 해마다 미역국 안 끓여줬어?"라며 그간 생일상을 차려주지 못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에 "언제 끓여줬어. 당신 아프기 전에 끓여주고 4년 만에 처음이야"라며 미역국을 떠먹어 보던 할아버지는 "이야. 맛있다. 간 맞아. 역시 간을 잘 맞춰"라며 감탄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하던 할아버지는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는 "미역국 누가 끓여 줄까?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미역국을 끓여줬네"라며 행복해했다.
치매인 할머니가 어떻게 할아버지의 생일을 기억해 낸 걸까.
"당신 오늘이 내 생일인 건 어떻게 기억했어.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이야?"라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할머니는 "7월 18일"이라며 정확히 남편의 생일을 맞혀내는 모습을 보였다.
기쁜 할아버지는 생일이라고 전화를 한 여동생에게도 이 사실을 자랑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조금이나마 기억을 회복해 자신의 생일상을 차린 아내가 대견하다는 듯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등을 오랫동안 쓸어내리고 토닥였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게 너무 슬프다", "내가 다 눈물이 난다", "'왜 끓이지 내가?'라는 질문이 너무 슬프다", "두 분 다 행복하시기를"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