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의 한 지하철역에서 촬영된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하철이 오면 먼저 탑승하기 위해 서로 앞에 서려 할 법 한데도 사진 속 승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승강장 벽에 착 달라붙어 서 있는 모습으로 의아함을 자아낸다.
지난 6일(현지 시간) 크리스틴(Kristin)이라는 여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승객들이 벽 쪽에 가까이 붙어 서 있는 이유는 최근 들어 뉴욕시에서 '서브웨이 푸싱(Subway Pushing)' 사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브웨이 푸싱'이란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서는 순간 승객을 선로로 밀쳐버리는 행동을 일컫는다.
사진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뉴요커로서 평생 저렇게 지하철을 기다렸다", "나도 항상 저렇게 서 있고 내 주변에 누가 서 있는지 살펴본다", "할렘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매일 지하철을 기다릴 때마다 하는 일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대부분 공감했다.
뉴욕의 지하철 범죄는 심각한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그룹 '바이털 시티(Vital City)'의 연구에 따르면 2024년 뉴욕 지하철에서 발생한 중범죄는 573건으로 199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하철 내 살인 사건은 10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카멜 호킨스라는 23세 남성이 맨해튼 첼시 지역의 18번가 역에서 45세 남성을 승강장에서 밀쳐 선로로 떨어뜨린 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 경찰은 묻지마 공격에 해당한다고 했다.
선로에 떨어진 남성은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두개골 골절, 갈비뼈 골절, 비장 파열 등의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22일에는 과테말라 출신의 30대 남성이 열차 안에서 잠든 여성의 옷과 담요에 불을 붙여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지난해 3월에는 렉싱턴 애비뉴 125번가 승강장에서 20대 남성이 지하철을 기다리던 50대 남성을 선로로 밀어 열차에 치여 숨지게 했다.
2022년 1월에도 뉴욕 타임스퀘어 인근 지하철역에서 60대 남성이 아시아계 여성을 선로로 떠밀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 뉴욕 시민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도어 100% 설치된 서울 지하철, 해외서 호평 이어져
특히 선로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스크린도어'가 없이 선로까지 뻥 뚫려있어 더욱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에는 아직도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역이 많은 상황이다.
뉴욕 지하철과 달리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는 불안감에 벽에 붙어있는 시민들을 보기 힘들다. 그저 차례대로 스크린도어 앞에 서서 차분히 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릴 뿐이다.
서울 지하철은 2005년 10월 사당역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스크린도어를 도입했다.
2010년까지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1년 앞당겨 2009년 서울의 모든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이후 시민들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열차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
이에 서울 지하철을 직접 경험해본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청결하고 안전하다", "소음과 안전사고를 막아주는 스크린도어가 신기했다"와 같은 호평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뉴욕 지하철 승강장 사진에도 '왜 뉴욕은 일본과 한국의 지하철처럼 스크린도어를 만들지 않나'라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대로 유럽 여행에서 지하철을 경험해 본 국내 누리꾼들은 "스크린도어가 없어서 진짜 무섭다", "스크린도어가 있어도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아 불안했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올해부터 새롭게 거둘 뉴욕시 혼잡통행료 수입을 바탕으로 지하철 역사 내 안전 펜스 설치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또한 SNS를 통해 "어떤 종류의 폭력도 우리의 지하철 시스템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이런 무작위적인 폭력 행위는 뉴욕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