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8일(토)

[신간]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수원화성 여행

사진 제공 = 책읽는고양이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가진 명확한 현실인식과 주도면밀한 실행력을 보여주는 책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수원화성 여행'(저자 황윤)이 출간되었다.


단행본 최초로 정조와 동시대를 통치한 청나라 건륭제와 비교하여 수원화성의 새로운 의미를 살펴보는 독특한 접근이 흥미를 더해준다. 


두 인물 모두 문무 겸비 군주를 표방한 데다 그림과 시를 통치방식으로 적극 활용하였고, 순행이라 하여 자신이 통치하는 지역을 직접 돌아다니는 것을 즐겨 했으며 통치기간마저 겹친다. 


수원화성을 매개로 두 군주를 비교해보는 새로운 시도는 물론, 병자호란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긴장 관계를 이어가던 조선과 청나라가 정조 시대 이후 어떠한 관계로 변모했는지 확인해본다. 


특히 정조가 실리를 위해 건륭제로부터 여러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낸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원화성은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본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원본을 유지한 건축물만 등재 가능하지만, 수원화성은 조선 정조 때 축성된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이 파손·손실되었다가 다시 보수·복원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수원화성에 대한 청사진이 모두 담겨있는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의궤 덕분에 수원화성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게 된 만큼 '화성성역의궤'와 더불어 수원화성을 살펴본다는 것은 단순한 답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의궤 속 건물과 실제 건물을 비교, 감상하는 즐거움은 물론이고, 역사적 배경 및 군사적 쓰임과 그에 따른 설계의 묘미를 짚어주는 대목은 병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흥미롭게 빨려드는 흡입력을 지녔다.


저자는 당시로서는 앞선 문화였던 중국의 성곽을 연구하여 적극적으로 수원화성에 적용한 사례 등을 꼼꼼히 기술하여 정조가 어떠한 성을 만들고자 했는지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문헌조사, 기술력, 지도력, 경제적인 지원 등의 총체적인 뒷받침 속에 완공된 수원화성을 소개하면서 풍부한 문헌과 화보 자료를 동원해 다각적인 이해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