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도주설이 나온 가운데 그로 추정되는 인물이 관저 내에서 포착됐다.
지난 8일 오마이TV가 취재한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날 오후 12시 53분께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추정 인물은 경호인 등 동반인들과 도로를 따라 걸으며 경비 상태를 살피는 듯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며 손짓을 하고 동반인들에게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른 인원들은 그에게 허리를 숙이거나 발언을 듣고 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약 7분쯤 관저를 시찰한 뒤 카메라 앵글에서 사라졌다.
걸음걸이·행동 매우 흡사...야당 "철저히 계산된 행보"
그가 목격된 곳은 앞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공수처와 경찰 수사 인력이 진입했다가 경호처가 짠 인간 띠 등에 가로막혔던 3차 저지선이 구축된 곳이다.
이 남성이 정확히 윤 대통령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걸음걸이나 체격, 행동 등으로 미뤄 짐작했을 때 윤 대통령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윤 대통령이 맞다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걸음걸이 제스처가 딱 윤석열"이라며 "도주설을 불식시키고 '나는 건재하다' 등 동요하는 경호처 내부 직원을 다잡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도주설을 제기했다. 전현희 의원은 "윤석열이 이미 관저에서 도주했다는 제보들이 있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추하고 비겁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윤 대통령의 도주 가능성에 대해 묻자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추정 인물 영상을 촬영한 오마이TV를 군사기지·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하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같은 날 언론 공지를 통해 "관저 일대는 현직 대통령이자 국가 원수가 거주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보안시설"이라며 "무단으로 촬영 시 관련 법령에 의거해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