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06일(목)

바리스타 꿈꾸던 딸 암으로 잃자 35년간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카페' 차린 아빠


FNN


가족과 함께 카페를 차리고 싶다던 소박한 꿈을 결국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딸.


사랑하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평생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 사장님이 된 아빠의 가슴 먹먹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일본 후지 뉴스 네트워크(FNN)은 57세의 나이로 카페를 차린 에구치 코지(江口浩二)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암으로 사망하기 약 1개월 전의 호노카와 부모님 / FNN


최근 카페를 오픈한 코지씨는 2022년 8월, 딸 호노카(穂花, 24)를 잃었다.


밝고 사교적이었던 호노카는 대학 졸업 전 하복부 팽만감을 호소했다. 병원 검사에서 난소에 부종이 발견됐고,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의사는 3개월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며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호노카는 남은 시간 동안 가족,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러던 중 병세가 악화되면서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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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씨는 "딸은 점점 서있기도 힘든 상태가 됐다. 소파에 앉아있다가도 일어서려고 하면 '어라?'라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도, 물도 잘 먹지 못했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며 "딸은 '역시 죽는 건가'라고 이야기하더라. 답을 할 수 없었다. '죽을 리가 없지'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며칠 뒤 자다가 아침 5시 전쯤 아내가 잠에서 깨 딸을 보니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마지막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별의 시간을 맞이했다"라고 말했다.


"35년간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제과제빵 공부해"


니시큐슈 대학 조리제과특수학교 졸업식서 졸업장을 받는 코지씨 / FNN


이후 그는 생전 가족과 함께 카페를 차리고 싶다던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35년간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고 사가현 니시큐슈 대학 조리제과특수학교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운 코지씨는 1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2023년 3월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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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 지 약 1개월이 지나 코지씨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카페를 오픈할 계획을 구체화해 나갔다.


카페는 집 차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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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시작된 지 약 3개월 뒤 차분한 분위기의 가게가 완성됐다.


딸 호노카의 친구들도 기꺼이 달려와 카페의 개점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코지씨와 아내 미치요(美千代)씨는 2024년 12월, 호노카의 생일에 카페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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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은 'Coffee Roast HONO(커피 로스트 호노)'로 호노카가 세상을 떠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엄마와 아빠는 약속을 지켜냈다.


미치요씨는 "딸이 기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엄마 수고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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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는 코지씨가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살려 쿠키와 빵을 만들고 미치요씨는 홀을 맡았다.


가게에는 부부를 응원하는 지인과 친구들이 자주 방문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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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노카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던 친구는 "부담 없이 와서 호노카를 떠올리고 싶다. 제2의 친정집과 같은 느낌으로 다니고 싶다"라고 밝혔다.


카페에는 활짝 웃고 있는 호노카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 속 밝은 모습의 호노카는 마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엄마, 아빠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듯하다.


세상을 떠난 딸의 꿈을 이뤄준 부모 그리고 친구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이들과 힘을 합친 친구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YouTube 'サガテレビ ニュー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