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촌 한식 뷔페 맞은편 탑차 아래 뒀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20일 전주시는 이날 오전 9시 26분께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이 같은 익명 전화가 걸려 왔다고 밝혔다.
40~50대의 나이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은 무언가를 '탑차 아래 두었다'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가 왔구나"라는 익숙한 반응을 보였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4년 4월 한 초등학생을 통해 58만 4000원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을 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진 남성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금 전달
첫 성금을 전달한 지난 2000년부터 '얼굴 없는 천사'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주민센터에 익명으로 성금을 전달해 왔다.
주민센터는 남성이 설명한 장소를 찾아 현장에서 붉은색 A4용지 상자안에 들어있는 오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가득 들어있는 돼지 저금통, 짧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인쇄된 편지에는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주민센터 측에 따르면 상자 속에 들어있던 성금은 총 8003만 8850원으로, 지난 25년간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누적 기부금은 10억 원을 돌파하게 됐다.
노송동 주민센터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에 따라 노송동 징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을 돕기 위해 성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송동은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지정해 지역사회 노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나눔을 펼치고 있다.
한편 지난 2019년 12월 30일에는 2인 절도범이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6천만 원 상당의 성금 상자를 통째로 가져가는 일이 발생했다. 절도범들은 당시 지역 주민의 제보 덕분에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2020년 6월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