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9일(목)

"짜장면 배달 돼요?" 울먹이는 전화에 기지 발휘한 2년차 순경... '교제폭력' 현장 잡아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 짜장면 배달 돼요?" 


한 여성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경찰에 이 같은 전화를 걸었다.


'교제 폭력'이 의심되나,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황. 무사히 여성을 구해낸 2년 차 순경의 기지가 눈길을 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8일 경향신문은 타고난 직감과 센스를 선보인 2년 차 순경 덕분에 교제 폭력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0시 37분께 경찰 112센터에는 겁에 질린 듯 울먹이며 '짜장면 배달'이 가능하냐고 묻는 한 여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경찰은 신고 여성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려 했으나, 수화기 너머 윽박지르는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전화는 끊기고 말았다.


발신지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로 확인됐고, 해당 사건은 곧바로 인근에 위치한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로 접수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사건을 넘겨받은 윤현성 순경(30)은 신고된 녹취록을 듣고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했으나, 5층짜리 건물에서 피해 여성이 머물고 있는 객실의 호수를 몰라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교제 폭력'이 의심되는 긴급한 상황. 윤 순경은 '짜장면 배달이 가능하냐'며 간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여성의 말에 맞춰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했다.


'배달 기사'로 위장한 윤 순경, 의심하는 남성 되레 타박


상대방 휴대전화에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 번호가 뜨는 업무용 휴대전화로 여성에게 전화를 건 윤 순경은 전화를 받은 남성에게 "저 배달인데요. 지금 짜장면 다 불어요. 배달할 거 많은데 다 밀리고 있어요. 몇 호 신지 빨리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남성은 "진짜 배달이 맞냐", "죽여버리겠다"며 의심과 협박을 이어갔으나, "카드랑 현금 중 뭐로 결제하시냐. 배달 시켜놓고 주소를 말 안 하면 어떡하냐"며 되레 타박하는 윤 순경의 말에 객실 호수를 불었다.


서울 강북경찰서


신고 접수 10여 분 만인 오후 10시 48분 객실 진입에 성공한 윤 순경과 경찰들은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현장에서 분리했다.


이어진 경찰조사에서 피해 여성은 "남성에게 머리채를 잡혔다"며 피해 사실을 진술했고, 남성은 "연인 관계인데 술이 들어가서 약간 실랑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순경은 "교제 폭력 사건은 항상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중요도가 커지면서 현장에서 더 많이 긴장하고 있다"며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현성 순경 / 서울 강북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