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 사는 방글라데시인 과일 상인이 자신이 판 바나나의 행방을 알고 크게 놀랐다. 고작 25센트(한화 약 350원)에 판매했던 바나나가 경매에서 수십억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맨해튼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인 과일 상인 샤 알람(Shah Alam, 74))의 사연을 전했다.
샤 알람은 뉴욕 브롱크스의 아파트 지하에 살면서 과일 가게에서 시급 12달러(한화 약 1만 7,000원)를 받으며 12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과일 가게는 유명 미술작품들이 수십억, 수백억에 팔려나가는 뉴욕 소더비 경매장 인근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이 판매했던 바나나의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샤 알람이 판매한 바나나는 이탈리아의 유명 예술가 마우리지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에 의해 '코미디언(Comedian)'이라는 예술 작품이 됐다.
벽에 덕트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놓는 일종의 개념미술(conceptual art) 작품인 '코미디언'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첫 선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아트페어에서 한 행위예술가가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 붙어있는 바나나를 떼어먹어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이는 행위 자체가 작품에 해당하기에 이후 바나나는 새로 교체됐다.
이 작품은 지난달 20일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 달러(한화 약 89억 원)에 낙찰됐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을 낙찰받은 주인공은 중국 출신 가상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Justin Sun)이었다.
선은 소더비 측으로부터 바나나와 공업용 덕트 테이프를 시중에서 구입해 설치하는 방법이 담긴 안내서를 낙찰받았다.
"나는 가난한 사람, 이걸 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눈물 흘려
NYT 기자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샤 알람은 눈물을 흘리며 "저는 가난한 사람이다. 단 한 번도 이 정도의 돈을 가져본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이걸 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바나나가 뭔지 모르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알람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의 상황과 예술 작품에 매겨진 가격의 극명한 차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알람을 위해 고펀드미(GoFundMe)에 기부 페이지를 열기도 했다. 18일 오후 2시(한국 시간) 기준 해당 캠페인은 1만 9,405달러(한화 약 2,786만 원)를 모금했다.
순자산이 14억 달러(한화 약 2조 99억 원)로 추정되는 저스틴 선은 당초 알람의 매대에서 2만 5,000달러(한화 약 3,589만 원)를 주고 바나나 10만 개를 구매해 누구든 해당 매대에서 바나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량의 과일을 조달하고 운송하는 데 따른 물류 및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저스틴 선은 지난달 29일 홍콩 페닌술라 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를 먹는 퍼포먼스를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선은 '코미디언' 낙찰 후 바나나 먹기 퍼포먼스를 떠올렸다면서 "바나나를 기자회견장에서 먹어버리는 것 역시 이 작품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의 가치와 효용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더비 측에 '코미디언'의 낙찰 대금을 달러화 등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화폐의 일종인 스테이블 코인(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으로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