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비용 부담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식지 않는 주제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커플들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데이트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온라인 미디어 소라뉴스24(SoraNews24)에 따르면 최근 일본 내각부 산하 성평등국의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온 홍보 자료가 화제다.
성평등국은 해당 자료에서 '폭력'의 정의는 신체적 폭력보다 더 광범위하다고 강조하며, 폭력을 총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심리적 폭력'이다. 예로는 고함, 무례한 태도, 연인에 대한 무시 등을 꼽았다.
두 번째는 '신체적 폭력'으로 해치려는 의도로 주먹질, 머리채 잡아당기기, 물건 던지기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세 번째 '성적 폭력'에는 강제적인 성관계, 피임 방법에 대한 협조 거부, 파트너에게 음란물 시청 강요 등의 예시가 담겼다.
마지막 '경제적 폭력'은 파트너의 돈을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등의 행위로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성평등국이 소개한 경제적 폭력의 한 예시가 현재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데이트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내용에 성별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같은 페이지 아래에 성평등국은 '여성 5명 중 1명이 연인으로부터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라는 통계를 인용하고 있어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남성이 가정 폭력을 저지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엑스(X·옛 트위터)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도 가정 폭력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반발이 이어졌다.
"잠깐, 그럼 '당신이 남자니까 당신이 다 내야 해요'라고 말하는 여성은 모두 가정폭력 가해자라는 뜻인가", "일본의 많은 여성들이 가정 폭력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거네" 등의 글이 쏟아졌다.
"남녀 모두 피해자 될 수 있어... '강요'가 중요"
이에 성평등국 관계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 이런 종류의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면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가정폭력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가정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양쪽이 모두 괜찮다고 한다면(한쪽이 돈을 내지 않아도) 가정폭력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헤어질 거면 내가 비싼 초밥집에서 밥 사줬으니 그 돈 갚아라!'와 같은 경우도 경제적 폭력의 범주에 포함된다"라고 덧붙였다.
즉, 성평등국에 따르면 돈을 내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돈을 내도록 '강요'하는 것이 경제적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
현지 누리꾼들은 "문구가 여러 차례 혼란을 야기한 바 있으니 해당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