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 거액의 기부금을 놓고 사라지던 익명의 기부 천사가 올해도 나타났다. 올해 그는 산모와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6000만원이 넘는 성금을 내놨다.
16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모금회 사무실로 발신 번호가 제한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그는 모금함에 성금을 두고 간다고 했다.
매년 연말마다 나타나 익명으로 기부를 하고 사라진 그는 올해에도 60504만 7260원이 담긴 쇼핑백과 박스, 그리고 직접 쓴 손 편지를 두고 사라졌다.
편지에는 "해마다 신생아 수 급감으로 미래 우리나라의 존립이 우려스럽다"며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고위험 신생아·조산아, 저체중 아기들이 잘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의 산모와 아기들이 다 건강하길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기부자, 7년째 성금 보내와... 누적 기부액 6억 넘어
모금회 직원들은 돈을 놓고 간 후 발신자 번호 표시 제한 전화로 연락을 해온 점, 손 편지 필체가 그동안 여러 차례 고액 기부를 한 한 익명 기부자와 똑같은 점으로 미뤄 이 시민이 같은 기부자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진주 아파트 화재 사고 피해자 지원, 2020년 코로나19와 호우 피해 지원, 2022년 산불과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 핼러윈 참사 지원, 지난해 호우 피해 지원 등을 위해 써달라며 거액을 기부해 왔다.
지난 7월에도 화성 리튬공장 화재 피해자 지원을 위해 500만원을 보내는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항상 성금을 보내왔다.
이렇듯 그가 7년 동안 기부한 금액은 6억 7200만원에 달한다.
모금회 관계자는 "올해도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본인을 밝히지 않고 나눔에 동참해 주신 익명의 나눔 천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부자의 뜻에 따라 생활고를 겪는 고위험 신생아 및 조산아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