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지난달 28일 저녁, 철산역 4번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여성의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여성이 입고 있는 치마가 에스컬레이터에 끼어 빨려 들어가고 있는 한시가 급한 상황, 한 남성이 주저 없이 나섰다.
남성의 빠른 판단력은 대형 사고를 막았다.
지난 11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저녁 경기 광명시 지하철 7호선 철산역 4번 출구의 상향 에스컬레이터에서 20대 여성 A씨가 입고 있던 발목 정도 길이의 가죽 재질 치마가 에스컬레이터 계단 측면 틈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치마는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고, A씨는 필사적으로 치마를 잡아당겨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때 A씨의 앞에 서 있던 오민근(40) 씨가 여성의 외침을 듣고 함께 치마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기계의 힘을 이길 수 없음을 직감한 오씨는 "그냥 벗으세요!"라고 외쳤다.
몇 초라도 더 방치했다간 끔찍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A씨는 재빨리 옷을 벗고 탈출했다. 오씨는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A씨의 신체를 가려줬고, 주변에 있던 중년 여성도 겉옷을 벗어 A씨의 몸을 감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치마를 빨아들인 에스컬레이터 틈이 벌어지더니 A씨의 소지품까지 완전히 집어삼켰다.
A씨가 옷을 벗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망설였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모두가 무사히 출구 바깥으로 올라오자, 에스컬레이터는 굉음과 함께 멈춰 섰고 계단 발판은 휘어져 튀어 올랐다.
철산역 관계자는 "이 모든 상황의 발생부터 종료까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며 "오씨의 즉각적 판단이 아니었다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라고 전했다.
여성 구한 교사 오씨, 군 복무 중 다리 절단돼
A씨를 구한 오씨는 한성중학교 교사로 5살 아들과 3살 딸을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2005년 경기 파주의 육군 30사단에서 K-55 자주포 조종수로 복무하던 중 화포에 다리가 끼어 절단되는 '개방성 분쇄골절'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다.
그런 아픔이 있었던 오씨는 A씨의 비명을 듣자마자 남의 일 같지 않아 구조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혹한 상황이 생기는 것만 막자는 생각뿐이었다"라고 전했다.
오씨는 군대에서의 사고로 국가유공자 공상 군경 5급 지위를 취득했다.
20대 한창나이에 부상을 입은 오씨는 후유증 등으로 한참 방황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한성중학교 교사가 됐다. 보조기를 착용하면 비장애인처럼 걸을 수도 있다고.
듬직한 교사이자 아버지가 된 그는 "학생들에게 잔소리하던 게 몸에 뱄는지 주저하던 여성에게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라면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의인이십니다!", "순간 판단력이 너무 좋으셨다. 너무 감사하다", "여성분 큰일 날 뻔했다", "30초 짧은 시간에 순발력으로 큰 사로를 막다니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2,3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81건은 소지품 끼임으로 인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남한산성입구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보수 도중 작업자의 팔이 끼이는 사고가 있었으며, 5월에는 경기 수원에서 16개월 여아의 손가락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여 절단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소지품이나 옷이 끼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