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A씨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선포했다가 종료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 30분, 뉴스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A씨는 최전방에서 육군으로 복무중인 21살 아들 걱정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새 뜬눈으로 계엄이 해제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난 후에도 놀란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는 A씨는 아들의 남은 군 생활이 부디 무탈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씨는 "강원도 접경지역 소속 장병들에게는 '유서'를 쓰라는 지시까지 떨어졌을 만큼 상황이 긴박했던 걸로 안다"며 "그날(계엄령 선포 이후) 이후,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뉴스를 확인한다"고 인사이트에 전했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B씨는 "계엄령이 발동된 후 완전무장한 계엄군들이 장갑차와 헬기를 타고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며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영화에서만 볼 줄 알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니 '이게 현실인가' 싶어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면서도 "계엄 포고령을 읽을 때에는 갑자기 강렬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고 말했다.
A씨, B씨와 마찬가지로 '계엄'을 경험해 보지 않았던 다수의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강타한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극도의 혼란스러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단국대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심리학적 이유를 설명했다.
임 교수는 "계엄을 경험하지 못한 청년층도 관찰학습 효과에 따른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며 "TV를 통해 본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면서 국회의사당이나 군인을 피하는 증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매체를 통해 '계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한 시민들이 간접적인 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집단 트라우마' 상태에 처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과거 이 같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쟁의 공포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내려지는 진단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자연재해, 교통사고, 테러, 강도 등 각종 사건사고 등을 겪은 뒤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령, 인종, 성별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사고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물론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도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