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뉴욕 한복판에서 총격 살해한 범인이 결국 붙잡혔다. 시민들은 그가 도망다닐 수 있도록 비슷한 옷차림을 하는가하면 신원이 공개되자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오전 6시 44분께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에서 유나이티드헬스케그룹(United Healthcare)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Brian Thompson, 50) CEO가 총에 맞았다. 톰슨 CEO는 이날 오전 8시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사망했다.
범인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신원이 특정되지 않았다. 맨해튼 어퍼웨스트 지역의 뉴욕시티 호스텔 로비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웃는 장면이 유일하게 찍힌 범인의 얼굴이었다.
이 마저도 잘 보이지 않아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수사당국은 현상금을 1만 달러(한화 약 1400만 원)에서 5만 달러(한화 약 7100만 원)로 상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시민들은 범인을 신고하기 보다 이와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돌아다니는가 하면 센트럴파크에 모여 '닮은꼴 대회'를 벌이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하지만 용의자는 6일만인 지난 9일 붙잡혔다. 그의 정체는 루이지 만지오네(luigi mangione, 26)로 볼티모어의 한 사립고교를 수석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비디오 게임 개발 동아리를 창립하기도 했다.
체포 당시 그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적은 3페이지 분량의 직접 적은 글을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CEO를 살해한 탄피에 적었던 '지연(Delay)', '거부(Defend)', 진술(Depose)등의 단어 역시 미국 보험업계를 비판하는 학계 인사 등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그의 신원이 공개되자 일부 미국 시민들은 그를 찬양했다. 준수한 외모에 뛰어난 학벌, 그리고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만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도주 도와주고, 신상 공개에 더욱 인기 치솟은 이유
실제로 해당 보험 회사의 만행은 악명높다. 해당 보험사는 보험지급 거부율이 업계 1위이자 평균의 2배 수준이었다. 반면 시총은 800조를 돌파했다. 심지어 노인들의 보험금 수령을 어렵하게 하기 위해 결함있는 AI를 사용한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시민들은 루이지 만지오네를 신고한 사람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미국 내에서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매우 크다. 의료 개선을 촉구해 온 미국 민간재단인 커먼웰스 펀드는 올해 4~7월동안 보험에 가입한 65살 미만 미국 성인 560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 설문은 신뢰도 95%의 오차범위는 1.7%였다.
그 결과 보험에 가입한 성인 45%가 무료 또는 보험 보장이 가능한 의료행위에도 추가로 비용을 지불한 적 있다고 답했으며, 보험 청구 오류가 의심된다고 답한 사람의 절반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 응답자의 17%는 의사가 권장한 치료에 대한 보장을 보험회사에서 거부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