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5일(수)

'트럼프 리스크'에 생존 위기에 놓인 'K-배터리' 기업들... "미국 공장 건설 일시중단"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위한 540억 달러(약 77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블룸버그통신(현지시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감소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어날 일들을 우려해 현재 진행 중인 공장 일부에 대해 건설을 늦추거나 일시 중단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에 건설 중인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의 완공 일정을 현지 여건으로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인 NSE 리서치 케니 김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아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를 어느 정도까지 삭감할 것인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 GettyimagesKorea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지난달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77만원)인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신차와 경트럭의 연비 요건을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 세금 공제 및 기타 인센티브가 종료돼 미국 일자리가 위협받고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미 전기차 수요 약세와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공급업체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주요 파트너인 한국 기업의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트럼프發 보조금 삭감 현실화 ?


포드자동차와 GM이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용 전구체 소재를 공급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김병훈 CEO는 "우리는 지금까지 IRA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생각해 왔다"며 "정책 변화가 생기면 전략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간 배터리 합작법인에 10조 5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엑스(X)를 통해 정부효율부가 시설을 자세히 조사할 것이란 반응을 내놨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에 15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중 절반은 2022년 IRA가 발효된 이후에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조원, SK온은 약 211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터리 공장이 대부분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 있는 만큼 보조금이 삭감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SK온 공장 4곳이 있는 조지아주의 팻 윌슨 경제개발국장은 "미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 이전에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새 정부에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