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3일(월)

"25kg 장비 맨 아들에게 12kg 장비까지 대신 들게 해"... 훈련 중 사망한 일병 어머니의 호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YouTube '대한민국 육군 [ROK ARMY]'


지난달 25일 오후 2시 30분께 홍천군 아미산 산길에서 훈련 중이던 A 일병이 다쳐 응급처치를 받은 뒤 119 응급헬기를 통해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6시 29분께 사망 숨졌다.


아미산 일대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통신 장비를 옮기던 A 일병은 경사진 곳에서 굴러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대침투 종합훈련 과정에서 통신망 개통 훈련을 하던 중 다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A 일병의 어머니가 진상 규명 및 관련자 처벌을 호소했다.


3일 군인아들부모님카페(군화모)에는 '홍천 사망 통신병 억울한 죽음 밝혀지기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A(20) 일병의 어머니가 작성한 호소문으로 알려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 일병 어머니는 "22세 아들 김○○은 올해 2월 논산으로 입대해 홍천 제20여기갑여단 내 53포병대대 자대 배치 후 근무 중이었다"며 "11월 25일 오후 4시 56분쯤 군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는데, 무전기를 메고 있어서 정신을 잠시 잃었었다고 하더라"고 그날 일을 설명했다.


이어 "군은 성남군수도병원으로 아들을 헬기이송한 뒤 의사 진단받고 정확한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크게 다치지 않았냐는 물음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잠시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어머니는 "군으로부터 목적지를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식을 듣고 강원도로 향하던 중 대대장으로부터 'A 일병이 심정지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적었다.


다리를 다치긴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심했던 어머니. 어머니는 '26분의 진실'에 주목하며 A 일병 죽음의 의문을 제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YouTube '대한민국 육군 [ROK ARMY]'


어머니가 호소문에 적은 군 수사 당국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사고 전말에 따르면 통신병이던 A 일병은 사망 당일 오전 8시, 무전병 3명을 호출하는 방송을 듣고 통신장비를 차량에 실어 중사, 하사, 운전병, 상병 등 4명과 훈련장소인 아미산으로 향했다.


당시 중사는 '차에서 확인할 게 있다'며 대원들만 올려 보냈다고 한다. 이에 운전병이 중사 대신 12㎏ 장비를 맸고, 하사와 상병, A 일병도 각각 12㎏, 14.5㎏, 25.16㎏의 장비를 들고 산에 올랐다.


그러던 중 중간에 운전병이 '다리를 삐었다'며 12kg 짐을 A 일병에게 들게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은 25㎏의 짐과 12㎏의 짐을 번갈아 올려다 놓고 내려와, 다시 자신의 짐을 올려다 놓는 식으로 산을 올랐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운전병은 예정에 없던 훈련을 하게 돼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고 차에 대기하고 있던 중사는 원래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인원이었지만 차에서 휴대전화를 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신고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아...물 달라는 호소에도 'XX야' 욕설" 주장


이후 오후 1시 36분쯤 산을 오르내리던 A 일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A 일병을 찾던 중 "살려달라"는 외침에 오후 2시 29분쯤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119 신고는 26분 뒤인 오후 2시 56분께 했다. 이는 포대장 지시였다.


어머니는 "아이를 발견하고 26분을 군대 소대장, 중사 등과 통화하며 버렸고, 산이 험해 지상 구조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의무군대 종합센터의 신고는 1시간 뒤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고 후 1시간 52분 뒤 군기가 도착했으나 아이를 싣고 이륙하는 데 실패해 다시 돌아갔고, 다시 소방 헬기를 요청해 기다리던 중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CPR)을 26분간 실시했지만 결국 살리지 못하고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 이송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즉, 14시 29분 A 일병을 발견하고도 '보고 절차'를 지키느라 26분을 허비했으며 의무군대 종합센터 신고는 발견 1시간 후인 15시 30분에야 이뤄졌다. 심지어 오후 4시 51분쯤 A 일병이 이미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군 당국은 5분 뒤 부모에게는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발견 당시 통화 녹취를 확인한 바로는 아이가 '2바퀴쯤 굴러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응급실에 가고 싶다', '물'이라는 표현했던 상태였다. 하지만 하사는 '물 줄게 XX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심정지가 왔다는) 전화를 받고 울부짖으며 '내 아들 살려내'라고 소리 지르며 운전해 기독병원에서 아들을 만났다. 하얀 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쌓여 있는 내 아들은 이미 차갑게 식은 상태였고 천을 벗겨내 아들의 얼굴과 몸 상태를 확인했다"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머니는 "잘 다녀오겠다고, 건강하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던 아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자식은 없다. 아들의 죽음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게 관심을 가지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시고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게, 정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3군단은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던 중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군과 수사기관에서 후송 과정 등을 포함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으며 유가족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군은 유가족 뜻에 따라 고인의 명예를 위한 최고의 예우를 다할 것이며 유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