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발생한 '계엄 소동'으로 한순간에 '계엄군'이 돼버린 한 청년이 시민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4일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개 숙인 한 계염군의 사진과 함께 "시민에게 '죄송합니다' 허리 숙여 사과하고 떠난 한 계엄군인께"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허 기자는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군인이 있었다"며 "한눈에 보아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 청년. 안경 너머 비치는 그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쫓아오는 저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진심을"라고 덧붙였다.
"군인 아들을 둔 부모로서 눈물난다"... 울컥한 시민들
허 기자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 따르면 한 계엄군은 계엄 해제로 국회에서 퇴각하던 중 시민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군복무를 하던 평범한 청년에서 하루 아침에 '계엄군'이 된 청년의 진심 어린 사과를 본 허 기자는 "여러분도 우리 국가의 국민이고 민주주의의 동지"라며 "민주공화국의 새벽을 지켜준 당신의 한마디를 평생 기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건강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건강한 청년으로 우리 사회에 돌아와 달라"며 연신 고개를 숙이던 계엄군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애꿎은 군인들이 맘고생 하고 몸고생했다", "계엄군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다. 나라의 명이니 어쩔 수 없이 복종하는 것", "스무 살 남짓의 우리 아들들이 역사 시간에만 듣던 '계엄군'이 되라는 명령을 듣고 얼마나 난처했을까", "군인 아들을 둔 부모로서 눈물이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3일 오후 10시 25분께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자 국회에는 완전무장한 계엄군들이 군 헬기와 장갑차 등을 타고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본회의를 진행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기 시작했고, 의원들은 계엄군을 피해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출입했다.
무장한 계엄군들은 국회 본청 정문 앞에서 계엄군의 진입을 차단하는 국회 보좌관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계엄군 중 일부는 국회 본청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다.
약 150분간 지속된 이날의 소동은, 4일 오전 1시께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되면서 마무리됐다.